베네수엘라 '100만→1' 화폐개혁…초인플레에 13년새 세번째
볼리바르 가치 추락 지속…"나아지는 것 없을 것" 회의론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1일(현지시간) 자국 화폐 단위에서 0 여섯 개를 한꺼번에 빼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전날까지 100만 볼리바르였던 것이 이날부터 1볼리바르가 됐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액면가치 절하에 맞춰 1볼리바르 동전과 5, 10, 20, 50, 100볼리바르 신권을 발행했다.
남미 베네수엘라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은 2008년 이후에만 이번이 세 번째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인 2008년에 0을 3개 뺐고, 2018년에도 10만 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만들었다.
한때 연 백만% 단위까지 치솟았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탓에 자고 나면 화폐가치가 뚝뚝 떨어진 탓이다.
장을 보려면 최고액권을 한 뭉치씩 들고 가야 하고, 숫자에 0이 너무 많은 탓에 결제 시스템이나 기업 회계 체계에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AP·AFP통신에 따르면 화폐개혁 전에 2ℓ 탄산음료 1병의 가격은 800만 볼리바르, 버스 요금은 200만 볼리바르, 빵 한 조각은 700만 볼리바르였다.
볼리바르 가치가 불안정하고 그나마 지폐도 부족해 일상 거래의 상당 부분을 미국 달러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거래의 60% 이상이 달러로 이뤄진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경 지역에선 콜롬비아나 브라질 돈을 쓰기도 하고, 페이팔 등 전자결제 비중도 높다.
정부가 3년 만에 다시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나 경제 위기를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가파른 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는 탓에 이전 두 차례 액면 절하의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신권 고액권인 100볼리바르의 가치는 현재 25달러(약 2만9천원)에 못 미치는데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은 연말 기준 연 5천500%에 달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측했다.
이 때문에 경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인플레이션은 계속되고 또 한 번의 화폐개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경제학자 호세 마누엘 푸엔테는 로이터에 "베네수엘라의 경제 불균형이 워낙 극심하기 때문에 오늘 뺀 0들은 곳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액면 절하가 거시경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민들도 나아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폐개혁 직전 카라카스 시민 엘레나 디아스(28)는 AP에 "계좌에 300만 볼리바르가 있는데 빵 한 조각도 못 산다"며 "0 6개를 빼면 3볼리바르가 될 텐데 그걸로도 아무것도 못 사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회계사인 빅토르 멘데스(56)는 "이 나라의 문제들은 계속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물 부족, 연료 부족에 계속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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