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하루 확진 3만명대에도 일상생활…영국의 '위드 코로나'

입력 2021-10-01 07:07
[특파원시선] 하루 확진 3만명대에도 일상생활…영국의 '위드 코로나'

사망자 하루 100명대…2차 접종률 83%에 부스터샷·12∼15세 접종도

마스크는 대중교통·슈퍼 외엔 잘 안 써…백신접종 증빙 요구키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거의 다 풀고 '위드 코로나' 실험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영국의 9월 30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는 3만6천480명, 사망자는 137명이다.

방역 규제를 푼 '자유의 날'이었던 7월 19일엔 확진자가 약 4만 명이었다. 이후 등락이 있었지만, 한동안 3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이 절반 찬 컵을 설명하듯이 수치가 너무 높다고 할 수도 있고, 걱정했던 것보단 양호하다고 볼 수도 있다.

◇ 마스크 안 쓰고 거리엔 활기…확진 시 자택서 격리

영국은 확진자 자가격리를 제외하고는 방역 규제를 대부분 없앴다.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토트넘 경기를 보러 갈 때는 백신 2회 접종 증빙이나 48시간 이내 한 신속 검사 음성 결과만 들고 가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만 명 관중과 함께 응원할 수 있다.

주말 런던 시내엔 활기가 넘친다. 소호엔 펍 밖에서 맥주를 한 잔씩 들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코로나19가 없는 세상처럼 보일 정도다.

대학은 비대면 수업도 하지만 초중고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안 쓰고 등교한다. 다만 중고생들은 주 2회 신속 검사를 자율로 한다.

복잡한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가 권장되지만, 정부 각료들이 보건 전문가들과 좁은 방에 모여 방역 규제 회의를 할 때도 노 마스크였다. 당시 해명은 모르는 사이가 아니어서 괜찮다는 것이었다.



공연장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도 마스크를 쓰지만 로열 필하모닉은 쓰지 않았다.

식당이나 가게 종업원들은 대개 마스크를 쓴다. 대중교통에서는 착용 비율이 높다.

학교 행사는 '정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치르게 된 것을 축하하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은 껴안으며 인사하고 가까이 붙어서 대화한다.

다만 행사 규모를 다소 줄이는 등 감염을 의식은 하는 모습이다.

중앙정부 공무원, 영란은행 직원 등은 아직 재택근무를 한다.

입국 제한도 확 풀었다. 한국 등에서 입국할 때 입국 전 검사와 자가격리를 없애고 입국 후 2회 검사는 1회로 줄였다.

코로나19 확진 시엔 증상이 악화했을 때만 병원에 간다.

◇ 백신 접종에 기댄다…자가격리자 속출 부작용도

지금 영국이 믿는 구석은 백신 접종률이다.

현재 16세 이상 인구의 약 90%가 1차 접종을 마쳤고 완료율은 약 83%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중증 환자 증가 우려에 최근엔 50세 이상 등 대상으로 부스터샷 결정을 내렸다.

백신을 거부하면 한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는 듯하다. 다만 12∼15세 접종은 시작은 했지만 다소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 백신 여권은 반대에 부딪혀서 도입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는 과정에 자가격리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사회가 삐걱거리는 등 부작용이 나왔다.

쓰레기 수거가 지연되고 지하철 운행이 축소됐으며 심지어 슈퍼 진열대가 비었다.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건 장관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개학 후 학생들이 대거 격리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격리 면제였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경우 미성년자와 백신 2회 접종자는 격리하지 않는다.

◇ 영국 '위드 코로나' 불가피…겨울 잘 넘길지 주목

영국은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성장률 -9.8%의 충격을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서 막았는데 이제 더는 방역을 조이면서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그 일환으로 코로나19 초기 도입한 고용 유지 계획을 9월 말로 드디어 종료했다. 이는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휴직이나 휴가를 보낼 경우 정부가 임금을 부담하는 제도로, 한때 월 임금의 80%까지, 최대 2천500 파운드(약 400만 원)까지 지원했다.

최근의 주유 대란은 그 주요 원인이 브렉시트로 보이지만, 코로나19로 트럭 면허시험이 제대로 치러지지 않은 탓도 있다.

의료체계 부담도 한계에 다다라서 대면 진료가 잘 안 되고 암 환자 등도 치료를 잘 못 받는 상황으로, 정부는 이미 세금 인상을 단행해 지원키로 했다.

이제 관심은 겨울을 잘 넘길지다. 이렇게 '위드 코로나'가 자리를 잡을지, 독감에 새로운 변이가 겹치며 또 위기가 닥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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