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제네바서 핵군축 두번째 회담…러 "오커스 반대"(종합2보)
"IAEA서 문제 제기할 것"…핵군축 협상 2개 실무그룹 구성엔 합의
(제네바·모스크바=연합뉴스) 임은진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30일(현지시간) 전략적 안정성(핵 군축)에 관한 두 개의 실무 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비공개 핵 군축 회담을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 그룹 중 하나는 향후 군비 통제에 대한 원칙과 과제를, 다른 하나는 전략 무기의 잠재력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담 일정은 실무 그룹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알렸다.
랴브코프 차관은 또 미국, 영국, 호주가 중국을 겨냥해 출범한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가 핵 비확산 체제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회담에서 오커스 결성과 관련된 우리의 우려를 상당히 직설적으로 미국에 전달했다"면서 "오커스는 일련의 핵잠수함 건조 계획과 연계된 핵추진엔진 기술을 호주 측에 넘겨주는 것을 상정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동은 평화적 원자력활동을 군사적 용도로 전환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핵 비확산체제와 잘 조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앞서 우리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 이 문제를 미국 측에 전달했고, 최근에는 캔버라(호주)와 런던(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지난달 중순 나온 오커스 출범 발표 이후 관련 입장을 공개적으로 명확히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러시아 측 발표는 오커스 출범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빈 주재 유엔기구 중국 대표부의 왕췬(王群) 대사는 지난달 16일 IAEA 이사회 회의에서 오커스를 비판하면서 "미·영의 이번 조치는 적나라한 핵확산 행위이며, 한반도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 등 핫이슈 해결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아울러 이날 사이버 보안 논의와 관련해 미·러 간에 '느린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6월 미·러 정상 간 군비 감축과 관련한 합의의 후속 조처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16일 제네바에서 정상 회담을 하고, 군비 통제와 위험 감소 조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양국이 신중하고 강력하게 대화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군비 경쟁 억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