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공직자' 100억대 비리 연루…남아공 전 보건장관 불명예
'코로나19 팬데믹 헤쳐나오는 데 기여' 평가받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 전직 장관이 1천만 달러(120억원) 이상의 코로나19 관련 비리에 연루됐다는 수사 보고서가 2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일간 프리토리아뉴스와 외신에 따르면 즈웰리 음키제 전 보건장관은 지인의 홍보 회사 '디지털 바이브스'를 통해 부정 이득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앞서 비리 혐의가 제기되자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결백을 주장해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해당하는 남아공 독립 수사기관 SIU는 이날 보고서에서 음키제 전 장관은 자신의 전 여성 대변인과 개인 보좌관이 설립한 디지털 바이브스에 1억5천만 랜드(12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대국민 홍보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이 돈의 일부는 나중에 음키제 전 장관의 아들이 랜드크루저 중고차를 사는 데 사용되고 며느리가 운영하는 미용실로 흘러갔다.
또 디지털 바이브스 직원은 남아공이 제2차 감염 파동에 있는데도 수개월 간 터키 여행을 가고 사치품을 마구 사들이는 등 눈먼 돈으로 유용했다. 대국민 홍보와 관계없는 주유소 여직원이 디지털 바이브스를 운용하는 것으로 허위 기재되기도 했다.
SIU는 음키제 전 장관에 대해 디지털 바이브스가 이미 보건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도 추가로 예산을 배정하는 '위법적'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족이 디지털 바이브스와의 계약으로 혜택을 보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SIU는 안반 필레이 전 보건부 사무차관 대행도 금융 비위를 저질렀다면서 음키제 전 장관과 함께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목했다.
현직 사무차관도 현재 비위로 정직 상태이며 다른 6명의 보건부 관리들도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키제 전 장관과 필레이 전 사무차관은 부패로 얼룩진 남아공에서 유능한 공무원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야권은 현재 의원직을 유지하며 봉급을 받는 음키제 전 장관의 기소를 요구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음키제 전 장관이 비리에 연루되긴 했어도 국가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헤쳐나오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원래 지난 6월 30일 대통령에게 제출됐으나 석 달 만에 공개됐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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