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온라인게임의 젠더·역사·종교 규정 강화할듯"
"동성애, 여성적인 남성 캐릭터, 일본·나치 관련 내용 제동 가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온라인 게임 분야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향후 신규게임이 당국의 허가를 받으려면 젠더, 역사, 종교 등과 관련한 여러 레드라인(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매체가 보도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당국이 지원하는 게임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부 연수에서 공유된 메모를 입수, 당국이 신규 온라인 게임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와 관련해 훨씬 구체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메모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은 더 이상 정치와 무관한 '순수한 오락'이 아니며,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른 가치를 강조해야하는 새로운 예술 형태라고 설명됐다.
그간 중국 당국은 월별 80~100개의 신규 게임에 대한 판호를 발급해왔으나 지난달 이후 판호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SCMP는 "해당 메모는 살상을 독려하는 종말론 이후 세계를 그리는 게임, 동성애나 '여성적인 남성'과 관련한 게임은 검열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메모는 "일부 게임은 모호한 도덕적 경계를 갖고 있고 이용자들은 선과 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지만 우리는 이용자들에게 그런 선택권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심사 담당자가 게임 속 캐릭터의 젠더를 즉시 분간할 수 없다면, 캐릭터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여길 수 있고 경고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남성 캐릭터가 여성처럼 옷을 입거나 행동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와 관련해서는 캐릭터, 지도, 의상 등의 요소가 주류의 설명에 부합해야하며 "사실을 왜곡하거나 고의로 논쟁을 유발해서 안되며 역사적 인물과 관련해 확립된 이야기를 수정해서 안된다"고 메모는 밝혔다.
이용자가 가상의 세계에서 역사를 수정할 수 있는 게임은 특히 일본과 나치 독일이 포함된 내용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었다.
메모는 이용자들이 야만인을 정벌하는 게임은 식민주의를 퍼뜨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일본 군벌을 묘사한 게임은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현재 중국 게임들이 일본 게임보다 더 일본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종교에서는 십자가 등을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한다고 메모는 지적했다.
해당 연수는 게임 개발업자들을 상대로 당국의 새로운 심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중국 게임회사 213곳은 정치적으로 해롭거나 역사적 허무주의로 여겨지는 콘텐츠 등 당국이 못마땅해하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서약에 서명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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