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 없는 화성 고대 호수 범람이 지형 바꿔놓아

입력 2021-09-30 11:25
물 한 방울 없는 화성 고대 호수 범람이 지형 바꿔놓아

크레이터 호수서 흘러넘친 물이 대형 계곡 형성…주변 지형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에서는 현재 물 한 방울 찾아볼 수 없지만 계곡이 만들어지고 크레이터(충돌구)가 메워진 것은 약 35억 년 전에 표면에 물이 흘렀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에 의한 이런 침식과 퇴적 과정은 지구에서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크레이터 호수를 가득 채운 물이 흘러넘치는 거대한 홍수가 대형 계곡을 만들고 주변 지형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에 따르면 잭슨 지구과학부 조교수 팀 가우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화성의 크레이터 호수가 범람하며 대형 계곡을 형성한 사례를 행성 전체로 확대해 연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총 262건의 크레이터 호수 범람을 분석했다. 화성 궤도를 도는 위성이 포착한 이미지를 통해 크레이터 호수의 범람을 개별 사례로 국지적 연구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종합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크레이터 호수 중 일부는 작은 바다라고 할 만큼 많은 양의 물을 갖고 있었으며, 불과 몇 주에 걸친 범람으로 슈피리어호(8만2천360㎢)와 온타리오호(1만9천680㎢)를 완전히 메울만한 퇴적물을 쓸어가며 깊은 계곡을 형성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우선 물이 흘렀던 하곡(河谷))을 크레이터 호수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계곡과 그렇지 않은 계곡으로 나눠 계곡의 깊이와 길이, 총량 등을 비교했다. 전자는 크레이터 호수의 물이 흘러넘치면서 짧은 기간에 형성된 것이고 후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형성된 차이를 가진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 결과, 크레이터 호수 범람으로 만들어진 계곡은 전체 하곡 길이의 3%에 불과했지만, 깊이 등을 고려한 계곡 총량은 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수 범람 계곡의 깊이 중간값은 170.5m로 일반 계곡(77.5m)의 두 배를 넘었다.

연구팀은 크레이터 호수 범람 계곡이 지질학적으로 수주에서 수년의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지만, 주변 지형에는 훨씬 더 오랫동안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호수에서 범람한 물이 대형 계곡을 만들면서 인근 계곡의 형성에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화성의 기후 탓으로 여겨져 온 독특한 계곡 지형을 설명하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가우지 박사는 "고대 화성에서 퇴적물이 어떻게 옮겨졌는지를 고려할 때 크레이터 호수의 범람은 행성 전체에 걸쳐 정말로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이런 범람이 지금까지 일회성 사건으로만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다소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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