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과시한 아베…다카이치 띄우고 인기 1위 고노 떨어뜨려

입력 2021-09-29 18:54
건재 과시한 아베…다카이치 띄우고 인기 1위 고노 떨어뜨려

아베 '극우 성향' 다카이치 전폭 지원…의원표 고노보다 앞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9년 만에 결과 예측이 어려웠던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계기로 다시 눈길이 쏠리는 인물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다.

아베는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후 건강을 이유로 1년여 전 갑자기 퇴임했고 그의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까지 퇴임을 앞둔 상황이다.

아베는 곧 '전전'(前前) 총리가 되지만 이번 선거에서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확인했다.

그가 주목받은 것은 총재 선거에 출마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파벌이 없는 다카이치는 애초에는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했는데 아베의 도움을 받아 출마했다.

아베는 4명의 후보 중 자신과 신조(信條)가 가장 비슷한 다카이치를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며 선거가 임박하자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의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해서 다카이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단골 참배객이고 젊은 시절부터 아베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책임을 부정하는 활동에 참여했다.

아베 효과는 투표 결과로 확인됐다.

다카이치는 1차 투표에서 유효표의 24.7%인 188표를 얻었다.

3위라서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국회의원 표에서는 114표를 확보해 2위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86표)을 앞질렀다.

결국 유권자 선호도 1위인 고노가 총리가 되지 못한 것에 아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카이치가 선전하면서 표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아베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고노를 지원한 것 때문에 더욱 고노 견제에 힘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는 아베가 연루된 모리토모(森友) 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문제와 관련 의혹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공문서 변조 등의 재조사를 주장하는 등 아베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재임 중 원전 재가동을 추진한 아베는 이시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때 탈원전 모임을 주도한 정계의 '이단아' 고노에게 경계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맹우인 아소가 파벌의 지지 후보를 고노로 단일화하지 않은 점도 흥미롭다. 고노는 아소가 이끄는 시코카이(志公會, 53명) 소속이다.



아소의 파벌은 1차 투표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또는 고노에게 표를 던지되 구성원의 자율 판단도 인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베와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아소는 고노가 탐탁지 않았지만 무리하게 지지 후보를 단일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이처럼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아베 아소와 함께 자민당의 '3A'로 불리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세제조사회장은 기시다를 지지했는데 총재선거 전날 아베를 만나 결선 투표 때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가 1차 투표 때는 2위를 하고 2차 투표에서 역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차 투표 때부터 1위를 차지한 것은 기시다의 표 결집력 예상보다 강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시다는 내일 4일 예정된 총리 취임을 전후로 자민당 인사와 조각(組閣)을 할 것으로 보이며 아베의 측근들에게 어떤 자리를 줄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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