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투자한 기업' 판결한 미국 판사들…"법률·윤리 위반"
WSJ 조사로 131명 적발…심리 회피 안 하고 본인에 유리한 결론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미국 연방 판사 131명이 자신이나 가족이 이해관계를 가진 수백 건의 기업 소송을 주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해 충돌 방지를 규정한 법조 윤리에 어긋나고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을 맡았을 때 회피하도록 규정한 연방 법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법관 재산공개 자료를 토대로 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연방 판사 131명은 본인이나 가족이 주식을 소유한 회사 소송 685건을 심리했다.
소속은 연방지방법원 129명과 연방항소법원 2명이다.
이들은 자신 또는 가족이 주식을 가진 회사가 소송의 원고나 피고가 된 사건을 한 건 이상 맡았다.
61명의 판사나 그 가족은 회사 주식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주식을 거래하기도 했다.
이들 법관 판결의 약 3분의 2는 판사의 재정적 이익에 유리하게 나왔다고 WSJ은 주장했다.
문제를 지적받은 판사 56명은 329건의 소송에서 자신이 재판을 회피했어야 한다고 소송 당사자들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이는 새로 판사가 배정돼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WSJ은 짚었다.
판사들은 다양한 해명으로 발뺌했다. 일부는 법원 직원을 비난했고 이해 상충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 내 검사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지적했다. 어떤 판사는 주식 거래로 손실을 봤다고 했다. 소송을 맡기는 했으나 다른 법원으로 이관하는 등 명목상 역할만 했다는 항변도 있었다.
이번에 발견된 법관들의 부정행위는 '누구도 자기의 사건을 판결해선 안 된다'는 미국 법체계의 기본 원칙을 어겼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어떤 법률도 판사의 주식 소유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1974년 이후 연방 법은 법관이 자신,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가 이해관계를 지닌 당사자와 관련된 사건을 심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전했다.
이해 충돌 방지 규칙 또한 연방과 주 공직자뿐만 아니라 변호사, 언론인, 기업 임원에게도 적용된다.
미 법관회의 행동강령 위원회는 이번 달 판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방판사 윤리강령은 법관이 사건에 실제로 관여한 내용과 상관없이 재정적 충돌이 있을 때 회피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미 법원행정처는 "법관이 재정적 이해 충돌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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