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아낸 국세 100조…서초·강남 최다

입력 2021-09-29 12:00
수정 2021-09-29 15:35
못 받아낸 국세 100조…서초·강남 최다

89조는 징수 어려운 상태…작년부터 구치소 감치 제도 도입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정부가 받아내지 못한 국세체납액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0%는 납세자가 재산이 없거나 행방불명돼 받기 어려운 상태다.

국세체납액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가장 많았다.

국세청은 재산 압류와 출국 금지,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등을 통한 강제징수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 누계체납액 첫 공개…98.7조원 중 89.9%는 사실상 징수 어려워

29일 국세청이 발표한 3차 국세통계 수시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세 누계체납액은 98조7천367억원이다.

국세청은 연대납세의무자와 제2차 납세의무자 등 중복 체납을 제외하고 체납액을 집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누계체납액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누계체납액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5년(5억원 이상은 10년)이 완성되지 않은 체납액으로, '정리 중 체납액'과 '정리보류 체납액'을 모두 합한 수치다. 국세청에 의해 독촉·압류 등 절차가 진행되면 시효가 중단되기에 5년 이전의 체납액도 포함돼있다.

'정리 중 체납액'은 징수 가능성이 높아 국세청이 정리 절차를 진행 중인 체납액으로, 누계체납액의 10.1%(9조9천406억원)를 차지한다.

'정리보류 체납액'은 체납자에게 재산이 없거나 체납자가 행방불명된 경우, 강제징수를 진행했으나 부족한 경우 등 징수 가능성이 낮은 체납액이다. 누계체납액의 대부분인 89.9%(88조7천961억원)가 '정리보류 체납액'이다.

국세청은 정리보류 체납액을 전산으로 관리해 향후 체납자의 소득·재산 변동내역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재산이 발견되면 강제징수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누계체납액을 세목별로 보면 ▲ 부가가치세 26조6천124억원(36.6%) ▲ 소득세 21조8천892억원(30.1%) ▲ 양도소득세 11조8천470억원(16.3%) ▲ 법인세 8조4천959억원(11.7%) 순이었다.

상속·증여세 2조6천425억원(2.7%)과 종합부동산세 5천311억원(0.5%)도 체납돼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에서 누계체납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서초세무서로 2조3천657억원에 달했다. 서울 강남세무서가 2조3천178억원으로 2위였다.

이어 경기 안산세무서(2조2천169억원), 서울 삼성세무서(2조1천23억원), 서울 역삼세무서(2조947억원)가 뒤를 이었다.

누계체납액 상위 5개 세무서 중 4곳은 강남권에 위치한 것이다.



◇ 아파트·보험 압류하고 명단공개·감치…강제징수 강화 방침

국세청은 독촉, 재산 조사, 재산 압류, 압류 재산 매각 등의 절차를 통해 체납자에 대한 강제징수를 진행하고 있다. 제3자 명의로 재산을 숨긴 것으로 의심되는 체납자에 대해서는 은닉재산을 추적해 소송을 걸고 현금과 채권을 확보한다.

수도권에 사업장을 둔 사업가 A의 경우 2014∼2015년 실물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만 있는 가공거래로 세금을 탈루한 것이 확인돼 국세청이 2017년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수십억원을 부과·고지했다.

A가 세금을 1원도 내지 않자 국세청은 독촉장을 보냈으나 A는 독촉기한까지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2017년 5월 A 명의의 아파트를 압류하고 공매를 의뢰했다. 그 해 8월에는 금융재산조회를 통해 보장성 보험을 압류했다. 보장성 보험 계약은 그대로 유지해 A가 보험금을 타면 이를 바로 추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2018년 3월에는 공매 의뢰된 A의 아파트가 팔려 국세청은 체납액 중 수억원을 충당했지만 남은 체납액은 '정리보류 체납액'으로 분류하고 전산관리하기로 했다.

2018년 5월에 국세청은 신용정보기관에 A의 체납자료를 제공했고, 이에 A는 신용등급에 타격을 받게 됐다.

2019년 12월에는 A를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대상에 올려 인적사항과 체납액을 공개했다.

A는 현재 신용불량자 상태로, 사업장도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A 사례처럼 출국금지, 명단 공개, 체납자료 제공, 관허사업 제한 등 체납정리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앞으로 강제징수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이후 체납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될 경우 구치소에 보내는 감치 제도도 운영 중이다.

국세청은 또 악의적인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현장 수색과 고발, 소송 제기 등을 통해 현금 징수실적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char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