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우당 지방선거 앞두고 악재…당직자 마약거래 의혹

입력 2021-09-28 02:36
이탈리아 극우당 지방선거 앞두고 악재…당직자 마약거래 의혹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의 SNS 책임자 연루…살비니는 두둔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계의 '뉴스메이커'인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다음 주 지방선거를 앞두고 돌발 악재를 만났다.

27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비니 의원이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책임자인 루카 모리시가 마약 밀매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지난달 마약 소지 혐의로 입건된 청년 3명에게서 모리시가 마약을 팔았다는 진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맡은 베로나 검찰 측도 이날 언론 보도 후 모리시가 관련 수사선상에 있음을 인정했다.

모리시는 지난주 가족 문제를 이유로 당직을 내려놨는데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셈이다.

모리시는 공격적인 SNS 활동으로 국민에게 살비니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역할을 해왔다. 트위터 계정에는 자신을 '디지털 철학자'이자 '소셜 메가폰'으로 소개하고 있다.

살비니가 우파연합을 이끄는 '맹주'로 자리매김한 것도 모리시의 이미지 메이킹 능력에 힘입은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살비니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충격적인 소식에 감정 표현을 자제하면서 여전히 모리시를 신임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모리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친구가 기대하지 않은 실수를 할 때 처음에는 화가 나겠지만 이후에는 그가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며 "친구와 충정은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적었다.

현지 정가에서는 지방선거를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돌발적으로 터진 이번 일로 살비니와 동맹 모두 수세적인 국면에 몰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달 3∼4일 예정된 지방선거에는 수도 로마와 밀라노, 나폴리 등 주요 도시의 시장직이 걸려있다.

살비니는 2018년 총선에서 동맹을 의석수 2위 정당에 올려놨고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지율 1위의 독보적인 당 위상을 견인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계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같은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PD) 사이에서 협공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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