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협정 5년 지났지만…여전히 멀기만 한 평화
5주년 기념일에도 FARC 잔당 추정 공격에 5명 숨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이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반세기 내전의 종식을 선언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콜롬비아의 완전한 평화는 아직 찾아오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새벽 콜롬비아 남부 나리뇨의 투마코라는 농촌 지역의 한 상업시설에서 무장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이 발생해 5명이 숨졌다고 엘에스펙타도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숨진 이들 중엔 15세 소녀도 있었으며, 6명이 부상했다.
총격의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국은 옛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잔당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26일은 지난 2016년 후안 마누엘 산토스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과 FARC의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가 만나 평화협정에 서명한 지 꼭 5년이 되는 날이다.
이들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 등이 보는 앞에서 총알 탄피를 녹여 만든 펜으로 협정문에 서명하며, 52년간 이어진 내전 종식을 알렸다.
내전 기간 콜롬비아에선 좌익 반군 FARC와 정부군, 우익 민병대 등이 뒤섞인 유혈 충돌 속에 22만 명 이상이 숨졌다.
오랜 협상 끝에 체결된 평화협정은 산토스 전 대통령에게 그해 노벨평화상을 안기기도 했으나, 이후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10월 국민투표에서 협정안은 예상을 깨고 부결됐다. 정부와 반군은 다시 협상에 나서 또 한 차례 합의안에 서명한 후 이번엔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 승인을 통해 11월 말에야 비로소 평화협정이 확정됐다.
협정 이후 1만3천 명 FARC 조직원 상당수가 무기를 반납하고 사회로 복귀했지만 2천 명 이상은 무장해제를 거부했다. 급기야 FARC의 협상 대표였던 이반 마르케스를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이 2019년 다시 무장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FARC 잔당들과 또 다른 반군 민족해방군(ELN) 등이 마약 범죄 등을 이어가면서 콜롬비아에선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 FARC가 장악했던 지역을 두고 여러 범죄조직들 간의 영역 다툼이 더 치열해졌다.
콜롬비아 시민단체 인데파스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3명 이상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살인사건이 올해 들어서면 73건이 발생했다.
FARC 잔당 등의 테러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베네수엘라와의 국경 인근 쿠쿠타의 군 부대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44명이 다쳤고, 열흘 후엔 역시 쿠쿠타에서 이반 두케 대통령이 탄 헬리콥터가 총격을 받았다. 모두 FARC 잔당의 소행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15년 내 이행을 목표로 한 평화협정 세부 항목들의 이행률도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노트르담대의 크록국제평화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15년 이행 목표인 콜롬비아 평화협정 총 578개 항목 중 최근까지 28%가 이행됐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비영리조직 '갈등대응'의 카일 존슨은 최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치안 악화 탓에 협정 이행은 계속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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