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프란 농장' 여성 일자리 사라질까…수천명 '전전긍긍'
여성 기업인 "탈레반에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 키울 것"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수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빼앗긴 채 집 안에 머물고 있다.
특히, 아프간 여성 수천 명을 고용한 북서부 헤라트주의 '사프란 농장' 기업들은 전처럼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로 꼽히는 사프란 재배가 인기를 끌었다.
탈레반 1차 집권 당시 아편 재료인 양귀비를 재배했던 헤라트주 농가들은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마음 편히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프란 재배로 눈을 돌렸다.
사프란 1㎏당 가격은 5천 달러(600만원)가 넘는다.
사프란 향신료는 꽃의 암술을 건조해서 얻는데, 한 꽃에 암술이 3개밖에 없어서 1g을 얻으려면 500개의 암술을 말려야 하고, 모두 수작업을 해야 한다.
헤라트주의 사프란은 10월과 11월 새벽 시간대부터 시들기 전에 수확된다.
헤라트주에서도 파슈툰 자르훈 지구는 여성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프란 재배와 가공업에 종사했다.
이곳에서 2007년부터 사프론 농장을 운영해온 여성 기업인 샤피케 아타이(40)는 "수많은 여성이 사프론 재배·가공업으로 돈을 벌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타이가 운영하는 회사는 25헥타르에 사프란을 재배하고, 여성 1천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200∼500㎏의 사프란은 생산한다.
또, 아타이가 관여해 노동자 대표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55헥타르의 사프란 농장에도 많은 여성이 일해왔다.
아타이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집에만 앉아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매우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조용히 앉아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 그들(탈레반)이 우리를 무시하더라도 우리는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타이는 "탈레반이 임명한 정부가 여성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까 봐 걱정된다"며 "그들은 소녀가 학교에 가는 것을 막았고, 정부 구성에서 여성을 배제했다. 여성들의 지난 20년간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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