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험업 건전성기준 도입 후에도 최소 5년간 제재 안 한다

입력 2021-09-27 17:05
수정 2021-09-27 17:20
새 보험업 건전성기준 도입 후에도 최소 5년간 제재 안 한다

금융위 "신지급여력제도 '충격' 완화 위한 경과조처 시행"

'23년 K-CIS 시행 후에도 현행 기준 충족하면 제재 않기로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건전성을 강화하고자 도입하는 신(新)지급여력제도(K-ICS)를 시행한 후 5년간은 그에 따른 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강화된 기준을 채우려면 보험사에 충격이 과도할 것이라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보험개발원, 회계기준원 등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 K-ICS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경과조치 운영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급여력제도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제도다.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새 회계기준(IFSR17)에 따라 도입되는 K-ICS로 개편되면 보험사들은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금융위는 "보험사 부채가 증가해 일부 회사는 재무건전성 비율이 하락하는 등 재무적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제도 시행 초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연착륙 방안으로서 경과 조치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경과 조치의 골자는 지급여력의 분자가 되는 '가용자본'이 하락하는 것을 막고, 분모가 되는 '요구자본'의 증가를 차단하는 것이다.

우선 모든 보험사에 대해 공통적으로 K-ICS 시행 이전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을 경과기간 동안에 기본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현행 제도에서 기본자본으로 분류돼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히지만, K-ICS로 개편되면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다만 전체 요구자본의 15%까지만 기본자본으로 인정되고 한도 초과분은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경과조처를 신청한 보험사에 한해서는 K-ICS 도입에 따라 늘어난 책임준비금 규모를 점진적으로 인식·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경과기간 중 매 2년 또는 직전 1년간 금리가 50bp 이상 변동하는 등 사유가 발생하면 책임준비금 증가분을 재평가할 수 있다.

K-ICS 아래서 보험사가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보험위험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장수 위험, 전염병 등 대재해 위험, 계약해지 위험 등 기존 지급여력제도(RBC) 하에서는 인식되지 않았던 요소들이 K-ICS 하에서는 보험위험으로 새롭게 인식된다.

특히, 이러한 경과조처를 적용해 산출한 K-ICS 비율이 100%에 미달해도 현행 지급여력(RBC) 비율이 100%를 상회하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기로 했다.

즉, 현행처럼 보험업법상 기준(RBC 100% 이상)을 만족한다면 2023년 K-ICS가 도입된 후에도 제재를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경과조처는 5년 이상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다만 경과조처가 시행되는 기간(5년 이상) 내내 한 보험사에 대해 제재를 유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경과조치 적용 사실을 사전에 신고하고, K-ICS 비율 개선 계획의 이행실적을 분기별로 제출해야 한다.

금융위는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시행할 경우 적용 사유와 적용 전후 자본건전성 비율 등을 비교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경영실태평가시 경과조치 적용회사의 자본적정성 부문 평가등급은 최고 3등급(보통)으로 제한한다.

아울러 경과조치 적용 후 연간 배당성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잔여 경과기간의 50%를 단축하는 방안 등을 통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한다.

보험사가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아도 자본건전성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또는 스스로 원하는 경우 경과조치는 조기에 종료된다.

금융위는 "경과조치 적용기간 등 세부 사항은 보험회사의 수용 능력 등을 분석해 설정할 예정"이라면서 "경과조치 운영방안을 기준서에 반영하고 관련 법규 개정도 금년 중에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전성 강화 계획이 후퇴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업계의 충격을 고려해 해외 각국도 경과조처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내년부터 IFRS17에 따라 재무제표를 병행 작성해야 하는 보험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한 보험업법령 사항을 논의했으며, 다음 달 보험 감독 회계 및 보험상품 관련 감독규정·시행세칙을 변경 예고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건전성 제도와 계리제도와 관련한 보험업 감독규정·시행세칙 개정 필요사항도 올해 안에 검토를 마칠 예정이다.

또 K-ICS 관련 업무보고서 제출과 경영공시 기한을 1개월 연장해 업무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분기결산의 경우 2개월에서 3개월로, 연도결산은 3개월에서 4개월로 연장된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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