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국경 아이티 난민 문제 마무리…미국 "모두 떠났다"

입력 2021-09-25 07:52
텍사스 국경 아이티 난민 문제 마무리…미국 "모두 떠났다"

항공기 등으로 추방되거나 이민 자격 여부 심사 진행

"아이티 돌려보내면 폭력·빈곤에 노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국 텍사스주 델리오 난민촌에 모인 아이티인들이 자국으로 추방되거나 난민 심사 절차를 받기 위해 이동하면서 24일(현지시간) 기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고 미 연방 및 주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델리오 난민촌에는 지난 18일 한때 약 1만5천명의 난민이 몰렸지만 1주일 만에 비워졌다.

델리오의 부노 로자노 시장은 "매우 경이로운 뉴스"라며 환영했다.

그는 최소 26일까지는 멕시코와 연결된 다리를 다시 열지 않을 것이며, 리오그란데강 주변에 이민자들이 숨거나 또 다른 난민촌을 형성하지 않도록 단속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미국에 입국한 아이티 이민자 10만여명과 달리 난민촌에 있던 많은 이들은 추방됐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은 지난 19일 이후 아이티인 2천명이 17편의 항공기로 돌려보내 졌고 더 많은 이들이 향후 며칠간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약 5천명은 현재 국토안보부 시설에 수용된 상태에서 추방 또는 거주 권한 부여 여부를 위한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미국이 1만2천400명의 아이티인의 입국을 허용했으며, 이들은 난민 지위 인정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사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하면 이들 역시 추방될 수 있다.

미국의 한 관료는 이날 6편을 시작으로 25일 7편, 26일 6편의 항공기가 아이티 난민을 돌려보내기 위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델리오와 다리로 연결된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의 난민촌에도 약 100명의 난민만이 남아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곳에 있던 난민 중 일부는 시우다드아쿠냐의 숙소를 찾아 이동했고, 또 다른 이들은 아예 미국행을 포기하고 멕시코 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아이티는 지난 7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8월에 대형 지진과 태풍이 강타하는 등 혼란이 심화하면서 고국을 등지는 난민이 급증했다.

아이티인들은 중남미를 거쳐 북쪽으로 이동했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을 도보로 건너 텍사스로 모여들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이민자를 추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지난해 3월 미 질병관리통제센터(CDC)는 연방법 42편을 근거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면 이민자를 국경에서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이 "미국 법에 명시된 인도주의적 혜택을 청구할 기회가 박탈된다"며 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추방 조치를 비판하면서, 쫓겨난 3명 중 2명의 아이티인이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아이티는 자연재해와 범죄조직의 폭력, 코로나19라는 세 가지 비극에 휘청거리고 있다"면서 "적절한 보호 없이 되돌려보내진 이들은 애초에 나라를 떠나게 했던 폭력과 빈곤 등의 요인에 더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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