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번엔 주유소 기름 동났다…브렉시트 정책 유턴하나
슈퍼마켓 진열대도 비어…트럭 운전사 단기 비자 발급 검토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이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이번엔 주유소에 기름이 동나고 사재기 줄이 늘어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BP는 전국 1천200개 주유소 중 20개가 문을 닫았고 최대 100곳이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스카이뉴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쉘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몇몇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졌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테스코 등 다른 업체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불안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고 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그랜트 섑스 교통장관이 이날 정유공장에는 기름이 충분하며, 필요하면 기름 수송에 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했지만 소셜 미디어에는 주유소에서 30분 기다렸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영국에선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인해 슈퍼마켓 진열대가 비고 식당에선 주요 메뉴가 빠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크리스마스 성수기 때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의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브렉시트로 더 심해져서 현재 규모가 10만명에 달한다.
결국 기름 공급에까지 문제가 생기자 정부는 트럭 운전사 단기 비자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
더 타임스 등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26일에 외국인 트럭 운전사 수천명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규제 완화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산업계에서 계속 요구해온 조치로, 존슨 총리는 기업들에 트럭 운전사들의 임금과 복지를 개선하라고 압박하는 동안 단기 비자가 임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EU 이민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표를 얻은 존슨 총리가 정치적으로 타격이 있는 유턴을 고려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정책 핵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최근엔 식료품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EU에서 오는 농산물과 식료품에 통관·검역 적용 시점을 연기했다. EU로 나가는 물품은 깐깐한 절차를 밟는데 오히려 들어오는 문은 계속 열어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GfK는 에너지 요금과 식료품 가격 상승, 세금 인상에 따른 우려가 겹치며 9월 영국 소비자 심리지수가 4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작년 10월 이후 전월 대비 악화 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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