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부스터샷 먼저 시행한 이스라엘이 알려준 것

입력 2021-09-24 07:07
[특파원시선] 부스터샷 먼저 시행한 이스라엘이 알려준 것

부스터샷 필요성 논란에도 중증·사망 가능성 낮추는 것은 확실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개발된 백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간 접종률 격차 이외에도 최근 일부 국가에서 델타 변이를 잡기 위해 시작한 추가접종(부스터샷)의 효과와 필요성을 두고서도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1∼2회차 접종을 진행하고, 이어 추가접종도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이스라엘에서도 부스터샷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특히 극심한 백신 보급 불균형을 우려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추가접종을 만류한 데 이어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전체 국민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에 반대 견해를 표시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의 부스터샷은 델타 변이 확산 국면에서 백신의 감염 예방 및 중증 진행 예방 효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진됐다.

이스라엘의 주력 백신을 생산하는 화이자도 백신 2회차 접종 후 2개월 단위로 예방 효과가 약 6%씩 떨어졌다면서 추가접종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부스터샷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때 백신으로 '집단면역'에 다가섰던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가 유발하는 돌파 감염과 중증 환자 및 사망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부스터샷을 택했다.

지난 7월 말 시작된 추가접종에는 지금까지 31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일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부스터샷을 접종한 60세 이상의 돌파 감염 위험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약 11배 낮고, 중증 위험은 20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부스터샷이 델타 변이 감염자의 전파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부스터샷 접종이 돌파 감염, 중증 진행,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이스라엘 보건부의 데이터 분석 결과도 관심을 모았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중증 환자로 분류됐던 60세 미만의 코로나19 감염자 669명 가운데 531명은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았고, 120명은 2회차까지 백신을 맞은 사람이었다.

중증 환자 중 97% 이상은 부스터샷을 맞지 않은 셈이다. 부스터샷 접종자는 18명뿐이었다.

9월 들어 이스라엘에서는 60세 미만 코로나19 사망자가 40명 보고됐다. 이 가운데 28명은 백신을 전혀 맞지 않았고 10명은 2회차까지 접종했으며,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은 2명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부스터샷 효과'는 델타 변이에 의한 4차 유행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효과가 없다는 식의 평가도 받았다.

이달 초 한때 하루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1만1천 명을 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이 4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경제·사회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동 제한 등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동안 모든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실내외 마스크 착용과 미접종자의 공공장소 출입제한 등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방역 조치는 거의 없다.

더욱이 부스터샷 접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선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 수가 6천∼7천 명대까지 줄어들었고, 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세도 정체상태다.

이스라엘의 중증 환자 연령대가 부스터샷 접종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점도, 고령층부터 순차적으로 확대된 부스터샷의 효과라는 주장도 있다.

부스터샷의 확실한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체 코로나19 감염자와 중증 환자, 사망자 중에서 미접종자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반면, 부스터샷까지 맞은 사람은 중증 진행과 사망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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