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리스크에 증시·원화·채권 약세…낙폭은 제한적

입력 2021-09-23 16:41
헝다 리스크에 증시·원화·채권 약세…낙폭은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리스크 우려에 23일 국내 금융시장은 증시와 원화, 채권이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장 초반보다 낙폭은 줄어들면서 일단 우려가 공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93포인트(0.41%) 내린 3,127.5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0.54% 내린 채 출발해 장중 1%가량 하락하며 3,100선까지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로 이날 출발점보다 낙폭은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5천591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3천102억원, 2천270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86포인트(0.94%) 하락한 1,036.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한국 증시가 휴장한 지난 21일 세계증시는 헝다의 파산 위기에 나스닥 지수가 2.19% 급락하는 등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하루 뒤인 22일에는 반등하기도 했다.

채권도 일제히 약세(채권금리 상승)를 나타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포인트) 오른 1.558%에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2.5bp와 3.1bp 오른 1.815%와 2.099%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는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대부분 만회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0.5원 오른 달러당 1,175.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8.0원 오른 1,183.0원에 출발해 1,186.4원까지 치솟았다가 상승폭을 점차 줄여간 뒤 1,17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처럼 낙폭이 줄어든 것은 헝다 그룹 리스크가 어느 정도 완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헝다그룹은 아시아 시장에서 위안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오는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전망보다 덜 '매파'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 속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9월 FOMC 회의 이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헝다그룹 디폴트 우려가 완화됐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헝다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지만 시장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며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시그널을 보낸 영향으로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중국 증시가 반등하고 헝다 주식도 오전 중에 30%대 급등했다"며 "환율도 상승폭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헝다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이 갑작스럽게 불거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진행 속도 등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헝다그룹 위기와 관련해 "국제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나, 부동산 관련 부채누증 문제가 현실화한 것인 만큼 이 사태의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 부총재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