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탈레반 측 대사가 연설할까…국제사회 주목

입력 2021-09-23 10:13
유엔총회서 탈레반 측 대사가 연설할까…국제사회 주목

아프간, 27일 연설 마지막 순서…수하일 샤힌 대사 지명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오는 27일 유엔총회에서 아프가니스탄 대표로 탈레반이 임명한 수하일 샤힌 대사가 연설할지에 국제적 관심이 쏠려 있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의 아프간 과도 정부를 인정할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23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제76차 유엔총회는 27일 끝난다.

아프가니스탄 대표는 27일의 마지막 연사로 목록에 올라있다.

문제는 탈레반이 재집권하기 전 임명된 굴람 이삭자이 대사와 탈레반이 새로 임명한 수하일 샤힌 대사 중에 누가 연설할지다.

샤힌 대사는 본래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으로, 미국과의 평화협상에 참여했다.

아프간 과도 정부의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달 축출됐고, 전 정부가 임명한 이삭자이 대사가 더는 아프간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샤힌 대사가 오는 27일 유엔총회 고위급 회담 마지막 날에 연설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총회 대변인은 "유엔 의석을 둘러싼 분쟁은 9개국이 참가하는 자격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위원회는 일반적으로 11월에 열리며, 언제 만날지는 위원회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전날 말했다.

이어 "탈레반의 샤힌 대사와 무타키 외교장관, 이삭자이 대사가 각각 보낸 서한이 위원회에 제출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위원회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바하마, 부탄, 칠레, 나미비아, 시에라리온, 스웨덴이 참여한다.

유엔은 탈레반의 아프간 1차 집권기(1996∼2001년) 당시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탈레반이 임명한 샤힌 대사는 "우리는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중립적인 세계기구로서 유엔이 아프간 현 정부를 인정하길 바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탈레반 과도 정부 인정 여부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게는 '딜레마'이다.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유엔 제재 대상이고, 내무부 장관과 난민·송환 장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천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인물들이다.

이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한편에서는 아프간 국민의 인권, 특히 여성 인권 보장 등을 위해 과도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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