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모교 와세다대학서 내달 개관
1만여점 기증자료 전시…조성 비용은 '유니클로' 회장이 부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당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2)가 기증한 1만여 점의 자료를 전시하는 와세다(早稻田)대학 국제문학관이 내달 1일 문을 연다.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로 불리는 이 문학관은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소재한 와세다대학 캠퍼스에 조성됐다.
이 대학 출신인 무라카미가 즐겨 찾았다고 하는 연극박물관에 인접한 4호관 건물을 일본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吾)가 무라카미 문학의 이미지에 맞춰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인 이 문학관을 새롭게 꾸미는 데 든 비용 12억엔(약 120억원)은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 겸 사장이 부담했다.
학생과 일반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는 지상 2층부터 지하 1층을 잇는 공간에는 세계 50개 이상 언어로 출간된 무라카미의 작품과 번역본을 전시하는 갤러리 라운지와 계단 구조의 서가(書架)가 설치됐다.
또 학생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무라카미의 개인 서재를 재현한 코너, 무라카미가 기증한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룸이 마련됐다.
무라카미가 한때 운영했던 재즈 카페에서 사용된 그랜드 피아노 등을 볼 수 있는 교류공간도 있다.
3~5층은 서고(書庫)와 세미나룸을 갖추고 있다.
이 문학관 조성은 음악 애호가로도 알려진 무라카미가 2018년 11월 자신이 소장한 레코드와 원고,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번역된 자신의 작품 등을 기증하겠다고 밝힌 것이 출발점이 됐다.
그는 기증 발표 당시의 기자회견에서 "40년 가까이 글을 써왔더니 원고와 자료가 쌓여 집에도 사무실에도 보관할 수 없게 됐다"며 자신의 작품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국제 문화교류의 한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자료 기증 이유에 대해선 자신이 죽은 뒤 자료가 흩어져 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모교인 와세다대가 전시할 장소를 만들어 줬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무라카미는 22일 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놓고 구체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며 와세다대학의 새로운 문화 발신 기지로 자리 잡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는 학창 시절을 회고하면서 "당시는 대학 해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쟁한 시기였지만 우리가 마음 속에 그리던 것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일방적인 체제를 타파하고 한층 열린 대학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며 당시 투쟁이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이상(理想)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무라카미가 새로운 문화 거점의 탄생에 기대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무라카미는 초기에는 자신과 관련된 자료와 책이 중심이지만 점차 다른 작가의 책과 자료를 채워 넣어 폭넓고 탄력적인 연구시설이 되길 바란다며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 개장을 앞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와세다대학 측은 무라카미의 뜻에 따라 이 문학관을 해외 학생 및 연구자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세계 문학의 연구 거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대학 측은 무료입장할 수 있는 이 문학관을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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