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앙숙 세르비아-코소보 또 갈등…국경 통행 장애
상대국 차량에 자국 번호판 부착 문제로 티격태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국경을 맞댄 '발칸반도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상대국 번호판을 단 차량 통행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 갈등은 코소보 당국이 20일(현지시간)부터 세르비아와의 국경 도로에 무장한 특수경찰 병력을 배치해 자국으로 넘어오는 세르비아 차량의 원 번호판을 떼어내고 자국 임시 번호판을 부착하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세르비아 측 차량은 코소보에서 이 임시 번호판을 달고 운행하다 자국으로 돌아갈 때 원래 번호판으로 바꿔 달아야 한다.
코소보 당국은 세르비아가 수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소보 차량 역시 세르비아 국경을 넘을 때 5유로를 내고 임시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데 이에 따른 상호적 조처라는 것이다.
이는 양국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외교 정책의 연장선에서 취해진 것이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수천 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 아래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과 더불어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외교 노선을 견지해왔다. 세르비아는 지금도 코소보와의 국경선을 임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처가 상대국 차량 통행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나 오랜 기간 앙금이 쌓인 서로 간의 국민감정을 건드린 모양새여서 양국 정부도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는 20∼21일 이틀 연속 세르비아-코소보 국경의 일부 도로를 차량으로 막고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에 맞서 코소보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해 긴장이 고조됐다.
세르비아계는 통행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민주적 시위라는 입장이나 코소보 당국은 이들이 세르비아 정부의 조종을 받는 세력이라고 칭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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