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노선' 수치, 전쟁 선포에 "국민 뜻 반대하지 않을 것"

입력 2021-09-21 10:28
'비폭력 노선' 수치, 전쟁 선포에 "국민 뜻 반대하지 않을 것"

'수치 고문이 무장투쟁 반대' 소문에 변호인단에 "국민 실망시키는 말 안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직후에도 비폭력 저항을 강조했던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최근 군부를 상대로 한 민주진영의 '전쟁 선포'와 관련, 국민의 뜻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현재 가택 연금 중인 수치 고문이 민주진영의 무장 투쟁에 반대한다는 '가짜 뉴스'가 군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퍼졌다.

민주진영의 전쟁 선포 및 시민방위군(PDF)의 무장투쟁을 테러 행위라고 비판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변호인단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소문에는 무장 투쟁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은 평화적 해법을 원한다며, 따라서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PDF를 지지하지 말 것을 수치 고문이 촉구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NUG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주축이 돼 지난 4월말 결성됐고, PDF는 NUG 지침에 따라 시민들이 구성한 무장 조직이다.

가짜 뉴스는 지난 7일 NUG의 전쟁 선포 이후 군부에 대한 공격이 증가한 가운데 나왔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누구도 수치 고문으로부터 그같은 입장을 전달받은 게 없다고 부인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수치 고문이 '나는 결코 국민의 뜻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전날 공판 전 수치 고문과 만나 최근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최근 국민들의 (무장 투쟁) 행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는 소문에 대해 묻자, 수치 고문은 '국민의 바람에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킨 마웅 조는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통화에서도 "그 소문에 대해 말하자 수치 고문이 '사람들이 그걸 믿나요?'라고 물었다"면서 "수치 고문은 '나는 국민을 실망시키거나 그들의 뜻에 반하는 말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언급했다.

수치 고문은 군부 독재에 항거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이끈 공로로 지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2월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직후 가택연금 된 당일에도 NLD를 통해 국민들에게 쿠데타를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하면서도 비폭력 저항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부는 비폭력 시위에 무자비한 유혈 진압으로 대응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군부의 폭력에 사망한 시민은 1천114명에 달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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