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대 '틱톡 범죄 놀이' 확산…화장실 집기 훔치고 박살 내
절도·기물파손 동영상 올려 자랑…퇴학에 고발, 체포 잇따라
코로나 시대 무력감 빠진 학생들, 반항 심리 표출 분석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의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 화장실 집기를 훔치고 파손하는 '범죄 놀이'가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비뚤어진 절도'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이달 초 시작된 범죄 놀이는 미국 전역의 학교 현장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 범죄 놀이는 지난 1일 미국의 한 틱톡 사용자가 게시한 동영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용 마스크 한 상자를 학교 가방에 넣어 훔쳐 나온 뒤 이를 자랑하는 동영상은 23만9천 번이나 조회됐다.
이어 며칠 뒤 학교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훔쳤다는 또 다른 동영상이 올라왔고 이 영상은 720만 조회 수에 달할 정도로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후 '비뚤어진 절도' 놀이는 유행병처럼 번졌다.
플로리다주 파스코 카운티 교육구의 10개 고등학교에선 잇따라 화장실 집기 도난 사고가 보고됐고 워싱턴 DC 외곽의 타코마 파크 중학교에선 화장실이 박살이 났다.
이어 뉴욕, 사우스캐롤라니아,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텍사스, 앨라배마, 콜로라도, 유타,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의 절도 및 기물 파손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화장실에 비치된 손 세척제 분사기와 화장지 홀더, 거울, 화장실 칸막이, 천장 타일을 훔치는 사건이 벌어졌고 교사 책상, 화재경보기, 철제 난간, 소화기, 과학 실험실 현미경, 주차 표지판까지 절도 대상이 됐다.
절도는 기물 파손 행위로도 번졌다.
화장실 변기와 칸막이, 세면대를 부수거나 거울을 깨뜨리는 학생이 등장했고 변기를 일부러 막아 물바다로 만드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학교 측은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했고 정학과 퇴학 처분, 형사 고발과 배상 명령 등으로 범죄 놀이 차단에 나섰다.
절도와 기물 파손 행위로 경찰에 체포돼 기소되는 학생까지 나왔다.
틱톡은 '비뚤어진 절도' 해시태그를 단 동영상을 삭제하고 시청을 차단했다.
하지만, 해시태그를 다르게 바꾼 수만 건의 범죄 놀이 동영상이 여전히 틱톡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트위터에도 이런 영상이 번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범죄 놀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10대들이 느낀 혼란과 무력감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마케팅업체 'XX아티스츠'와 '메커니즘'은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만에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놀이를 공유하고 즐김으로써 청소년 시절의 반항 심리를 표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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