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점포 실험…은행끼리 같이쓰고, 편의점에 만들고

입력 2021-09-19 08:03
은행권의 점포 실험…은행끼리 같이쓰고, 편의점에 만들고

하나-산업은행, 내년 상반기부터 점포·ATM 공유

신한은행-GS25·하나은행-CU 등 '은행×편의점' 콜라보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은행권이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각종 실험에 나서고 있다.

다른 은행과 점포를 같이 쓰거나, 편의점과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혁신 점포를 운영하는 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점포 공유'를 시도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산업은행 고객이 전국 650여 곳의 하나은행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개인화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공동 전산 개발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영업점 창구와 ATM을 산업은행 고객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전국 점포(출장소 제외)는 649개, ATM은 3천754개다. 반면 산업은행은 점포가 67개, ATM은 121개에 불과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 점포에서 산업은행 고객의 거래를 처리하는 것은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WM) 서비스도 산업은행과 공유한다. 하나은행은 기업금융이 강한 산업은행의 개인 고객 가운데 자산 규모가 비교적 큰 거래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하나은행 WM 서비스를 소개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과 편의점이 손잡고 '디지털 혁신 점포'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하나은행은 CU와 손잡고 '금융특화 편의점'을 선보인다. 'CU×하나은행' 특화 편의점은 서울 송파구 소재 CU 영업점에 10월 중 처음 오픈할 예정이며, 이외 다른 지역에도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 편의점에는 금융서비스를 위한 전용 공간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이 별도로 마련되며, 이곳에서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해 간단한 입출금·송금은 물론 통장·체크카드·보안카드 발급 업무와 은행원 화상 상담까지 할 수 있다.

CU 편의점 간판에 하나은행 이름을 함께 내걸고, 단순한 '숍인숍'을 넘어서 공간·서비스를 완전히 결합한다.



신한은행도 GS25와 손잡고 '신한×GS25' 금융특화 편의점을 만든다.

은행 지점이 적은 격오지와 도서 지역을 우선으로 금융특화 편의점을 만들기로 했으며, 10월 중에 강원도 정선 고안읍에 첫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4분기(10∼12월)에 '디지털 무인점포(가칭)'를 개설할 예정이다.

채널 공백 지역의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이크로점포(무인채널)를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디지털 금융기기 설치를 통해 인력 없이 전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화상상담창구에서는 여·수신 상품 전문 상담을 하고, 스마트키오스크에서 단순 업무를 보고, ATM으로 현금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이 304개의 점포를 없앤 데 이어 올해도 디지털·비대면화 강화 흐름 속에 점포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90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으며, 이 중 시중은행 점포가 54개였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20개, 하나은행 19개, 산업은행 8개 순으로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을 필요가 줄어들면서 은행 점포 축소는 수년 전부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이 점차 발달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점포 운영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노령층 등 금융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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