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미국이 어쩌다 접종률 G7 '꼴찌'…백신 정치화의 그늘
후발주자 한국·일본에도 뒤처져…확진자·사망자 1위 오명 계속
백신 불신·음모론에 정치인 선동도 요인…공화당서 접종 거부자 많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넘쳐나지만 접종률 정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백신을 독식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민 우선 접종'을 고수하며 집단면역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오히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접종률이 뒤처지는 초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에서 최소 1차례 백신을 접종한 인구 비율은 62.8%다. 접종 완료 53.6%, 1회 접종 9.2%를 합친 수치다.
이는 주요7개국(G7) 중 캐나다(74.9%), 프랑스(73.6%), 이탈리아(73.0%), 영국(71.1%), 독일(66.3%)은 물론 백신 접종 후발주자인 일본(65.6%)에도 못 미치는 꼴찌다. 백신 물량 확보로 큰 어려움을 겪은 한국(69.0%)도 미국을 넘어섰다.
최근 미국의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15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영국과 인도의 일일 확진자가 각각 3만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미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폭증세다.
하루 사망자 역시 2천 명을 근접하며 700명대인 2위 러시아의 배가 넘는다. 3~4위인 멕시코와 브라질은 500명대 후반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봐도 미국은 누계로 확진자 4천183만 명, 사망자 67만 명으로 두 수치 모두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백신 접종 정체 현상의 요인을 두고선 여러 해석이 있다.
적지 않은 미국인이 바이러스를 심각한 질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다 인구의 10%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리다 보니 자연면역이 생겨 굳이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시각이 있다.
백신 부작용 우려, 정부나 백신 회사에 대한 신뢰 부족이 백신 기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음모론, 백신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식의 거짓 정보가 온라인에 퍼지는 등 허위정보의 유통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 문제가 정치화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보수 성향 공화당 정치인들이 코로나19와 백신을 건강과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득표 유불리 관점에서 접근하고 선동적 언행을 한 것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접종과 방역 준수에 대한 인식 차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모닝컨설팅이 지난달 4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85%는 백신을 맞았거나 접종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였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 중 백신을 맞았거나 접종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64%였고,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률은 26%였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3~29일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73%는 과학자들이 사실에 근거해 판단한다고 응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68%는 편향돼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마스크를 더 잘 착용한다는 응답도 민주당 지지층 71%, 공화당 지지층 30%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CNBC방송이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백신 접종 의무화를 놓고 민주당 지지층은 74%가 찬성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은 29%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백신의 정치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소수긴 하지만 상당수가 백신 안전에 관한 의문을 품고 있어 백신 접근성 증대만으로는 집단면역 도달에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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