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보단 코로나 환자 걱정"…두 번째 추석 맞는 격리병동
서울아산병원 코로나19 중환자 격리병동 간호사 이야기
"2년째 접어들자 가족도 적응…'자랑스럽다' 응원도"
"코로나19 걸렸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두 번째 추석 연휴를 맞는 코로나19 중환자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보다 환자 걱정이 앞선다.
긴 연휴를 앞두고 연합뉴스와 만난 서울아산병원 코로나19 전담 155격리병동 소속 이정수 유닛 매니저(수간호사)와 황예진 간호사는 추석을 앞둔 심경을 묻자 "연휴 끝나고 환자가 늘어날 것만 걱정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답했다.
'고향에 가서 가족을 보고 싶다'는 대답이 나올 거란 기자의 예상과 달리 간호사들은 "연휴 2주 후가 (코로나19 확산의) '위크포인트'(취약한 시점)"이라며 긴장한 기색을 내비쳤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초 대구 지역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5병상 규모 중환자 전담 155격리병동을 설립했다. 당시 암 환자를 진단하는 단기 병동에서 근무하던 28년차 이 수간호사와 4년차 황 간호사는 격리병동 설립과 함께 부서를 옮겨 코로나19 환자를 보기 시작했다.
황 간호사는 "지난해 추석 때는 가족이 보고 싶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2년 가까워지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며 마스크 너머로 활짝 웃었다.
155격리병동 간호사들은 평일, 주말, 휴일 없이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데이'(낮)는 오전 6시 30분에서 오후 3시, '이브닝'(저녁)은 오후 2시 30분에서 오후 11시, '나이트'(밤)는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다.
근무시간 중 4시간은 코로나19 환자 병상을 맡아야 하는데, 이때 악명 높은 '레벨 D'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이 방호복은 크고 무거운데다가 입으면 동작이 느려져 쉴 새 없이 움직여야 업무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방호복을 입었다가 옷 색깔이 한 단계 어두워질 정도로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 이유다. 각종 보호장구로 시야가 가려지고,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양압기 작동 소음 때문에 주변 소리를 듣기 어려워 동료와 의사소통도 힘들다.
열악한 근무조건보다 두 간호사를 힘들게 하는 건 환자의 중증 이환과 사망이다.
이 수간호사와 황 간호사는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백혈병 환자들이 입원한 혈액종양내과 병동에서 확진자가 여럿 발생한 일을 꼽았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다 보니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사망한 환자도 많았다.
이 수간호사는 "길게는 4∼5달간 투병한 환자도 있었는데, 원내에서 감염된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감염병의 특수성 때문에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하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이 수간호사는 "일반 병동 사망자는 깨끗이 씻기고 집에서 준비한 수의를 입혀 영안실로 보내는데, 코로나19 사망자는 몸에 꽂힌 여러 관이나 카테터를 빼지 않고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비닐백에 넣어서 내보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두 간호사는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건 의료진의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오히려 코로나19로 불안해하는 국민을 달랬다.
황 간호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믿고 맡겨달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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