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40대 가톨릭 사제, 신자 헌금으로 코카인 밀매 혐의
현지 교계 '충격'…신자들 "헌금 사용 내역 조사해달라" 고소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가톨릭 사제가 신자 헌금으로 코카인 등을 밀매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원에 의해 가택 연금에 처한 40세 나이의 이 사제는 지인과 공모해 이른바 '물뽕'이라고 불리는 신종 마약 'GHB'의 원료인 'GBL'과 코카인을 해외에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구매한 마약을 불법 성매매의 온상으로 지목된 '데이트 사이트' 회원들에게 판매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하려던 지인을 먼저 적발했고, 이어 사제가 공범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이 사제는 특히 신자 헌금으로 해당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현지 가톨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수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에는 돈이 궁해지자 교구 신자는 물론 심지어 이웃 교구 신자들에게까지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명목의 헌금을 독촉했다고 한다.
이 사제가 속한 교구장 주교는 있어서는 안 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주교는 해당 사제가 오래전부터 육체·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마약 중독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헌금이 마약 밀매에 사용됐다는 것을 알게 된 교구 신자들은 분노하는 분위기다.
일부 신자는 헌금 사용 명세를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 사제는 횡령 또는 금전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