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리 "국제원조로 탈레반 바른 방향 이끌어야"

입력 2021-09-16 12:26
수정 2021-09-16 13:30
파키스탄 총리 "국제원조로 탈레반 바른 방향 이끌어야"

임란 칸 총리 CNN 인터뷰 "여성 인권 문제 등엔 시간 줘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밀접한 사이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가 탈레반 대응에 국제 사회의 원조가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칸 총리는 15일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경제) 위기를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원조를 기대하고 있다"며 탈레반을 합법적인 방향으로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원조가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밖에서 탈레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탈레반에게 인센티브를 줘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 총리는 "탈레반은 국제 원조와 도움이 없다면 위기를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련, 미국 침공 등으로 인해 수십 년간 전쟁에 시달린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정부 예산 중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탈레반 재집권 후 이 지원의 상당 부분이 중단된 상태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 장악 후 과도 정부를 출범시키며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물가 폭등, 외화 부족, 실업 증가 등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칸 총리는 "탈레반이 합법 정부를 구성하고 그들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집권 후 포괄적 정부 구성, 여성 인권 존중 등 여러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후 과도 정부 출범 과정에서 전 정부 인사와 여성은 배제됐다. 동시에 여성 시위대에 대한 총격, 언론 탄압 등 여러 가혹 행위가 발생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칸 총리는 "바깥에 있는 이들이 아프간 여성에게 권리를 준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간 여성은 강하다. 그들에게 시간을 줘라"며 "그들은 그들의 권리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탈레반이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복장과 스포츠 활동 등에 제한을 두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칸 총리는 그러면서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군에 대해 비판했다.

칸 총리는 미국은 철군 같은 방식이 아니라 탈레반과 정치적 타협을 모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7월말 미국 PBS 뉴스아워와 인터뷰에서도 아프간 이슈는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하지만 미국은 군사 해법을 시도하면서 아프간의 상황을 아주 망쳐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탈레반이 1990년대 중반 결성 이후 파키스탄의 군사 지원 속에 급속히 힘을 키워나갔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파키스탄에 사는 파슈툰족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양성한 '학생'을 탈레반 전사로 꾸준히 지원해왔다. 탈레반의 세력 기반은 양국에 걸쳐 사는 파슈툰족이다.

다만,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런 의혹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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