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접종시스템 해결이 적극행정?…과기부의 어색한 '자화자찬'

입력 2021-09-16 11:14
먹통 접종시스템 해결이 적극행정?…과기부의 어색한 '자화자찬'

대통령 질책 후 개선했는데…차관회의서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발표

과기정통부 "행정·절차 문제 해결에 초점 맞춰 선정"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여러 차례 접속 지연과 오류가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의 개선 작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한 것을 두고 담당 부처의 '자화자찬'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 먹통이 지속하고 나서야 범부처 대응에 나섰고, 이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의 개선 지시가 나온 뒤에 이뤄진 작업이라는 점에서 적극 행정이 아닌 '소극 행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16일 제36회 차관회의에서 열린 2021년도 적극 행정 릴레이 발표에서 과기정통부의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 개선 지원 등 4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7월 발생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의 접속지연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짧은 시간 내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협조가 필요했다"며 "이에 같은 달 22일 민관합동 전담반(TF)을 구성해 실현 가능한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즉시 착수했다"고 우수사례 선정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예방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은 과기정통부가 대응에 나서기 약 두 달 전부터 접속 지연·오류의 문제를 여러 번 노출하고 있었다.

6월 얀센 백신 예약이 처음 시작됐을 당시 접속 지연이 발생한 것은 물론 7월 55세∼59세 백신 예약이 시작된 첫날에도 동시 접속 인원이 몰려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다.

이후에도 비슷한 접속 장애가 반복되자 결국 문 대통령은 7월 21일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과 걸맞지 않다"며 질책했고, 다음 날 질병관리본부와 과기정통부는 전문가 회의를 열고 민간 기업에 도움을 요청해 접속 문제를 해결했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모두 한 번씩 이용하는 예방접종 사전 예약 시스템 오류를 선제적으로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이를 정보통신기술(ICT) 민관 협력 우수 사례로 포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 작업에 나선 것은 맞지만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접속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행정·절차 문제를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적극 행정 우수 사례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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