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회 의원 충성서약 시작하자마자 7명 자격 박탈

입력 2021-09-16 11:24
홍콩, 구의회 의원 충성서약 시작하자마자 7명 자격 박탈

"자격박탈 근거 불분명"…민주진영 의원 절반이상 자진사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정부가 구의회 의원에 대한 충성서약을 시작하자마자 7명의 자격을 박탈했다.

16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구의회 의원 7명에 대해 지난 10일 진행한 충성서약이 무효라며 의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전날 밤 발표했다.

홍콩 정부는 구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한 첫 충성서약식을 진행했으며, 당일 총 24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그러나 서약식 이후 홍콩 정부는 그중 7명의 의원에 대해 서약의 진실성이 의심된다며, 판단을 위해 추가 정보를 13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성명에서 "해당 의원들의 서면 답변을 검토한 결과 7명의 서약은 무효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명보는 "정부는 이들이 홍콩의 정치체제와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하거나 그럴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자격 박탈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7명은 지난해 7월 민주진영이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주최한 후보 단일화 예비선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충성서약은 홍콩 미니헌법인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행정부 고위직과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등에 국한됐던 충성서약 대상을 구의원과 공무원에까지 확대했다.

또한 충성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

홍콩 당국은 의원의 과거 행적도 충성서약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앞서 범민주진영은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452석 중 39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충성서약 대상이 구의회 의원으로 확대되고, 자격이 박탈될 경우에는 이전까지의 월급과 활동비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민주진영 의원 절반 이상이 충성서약을 받기도 전에 스스로 사퇴했다.

명보는 다만 "당국은 월급 반납 등에 관한 우리의 문의에 '보충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자격이 박탈된 라이쯔신(黎梓) 전 의원은 명보에 "자격 박탈을 예상했다"며 "사퇴하지 않고 남아있기로 결정하면서 월급 반납에 따른 파산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당국의 근거와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충성서약을 하지 않은 리즈훙(李志宏) 의원은 "자격박탈과 파산, 심지어 투옥까지 각오하고 있다"며 "정부는 어떤 설명도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킴화(鍾劍華) 전 홍콩이공대 교수는 "정부의 자격박탈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행정부는 의원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선출 의원의 자격 박탈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분명히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자격 박탈 전 의원들에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지 않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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