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초라한' 취임 1년…코로나·불통 정치에 곧 퇴장
파벌 밀실 정치로 권력 정점 올라 역대 3위 지지율로 출범
코로나 폭증·재보선 연패…자민당 내부에서 '스가 밀어내기'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 '초라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주요 파벌의 짬짜미로 집권당 총재 자리를 꿰찬 후 역대 정권 중 3위의 지지율로 내각을 출범했지만 1주년을 앞둔 이달 초 사실상 사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오는 29일 실시될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한 스가는 신임 총재가 선출되면 그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나게 된다.
스가 총리의 발목을 잡은 최대 난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었다.
취임 전 관방장관 시절부터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등 감염증 확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 부양 수단을 밀어붙였던 스가는 취임 후에도 이를 고집했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스가 내각의 잘못된 정책이 감염 확산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증감을 반복했다.
감염의 파고(波高, 물결의 높이)는 갈수록 높아졌고 이런 와중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강행하면서 스가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은 커졌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의 결정적 카드로 꼽은 백신 접종은 물량 공급 지연, 의료진 부족, 행정 기관의 대응 미비 등으로 한동안 정체 현상을 보였다.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은 스가 총리의 소통 능력 부족과 결합하면서 정권의 몰락을 가속했다.
스가는 정국 장악에도 실패했다.
취임 후 여야 대결 구도로 실시된 중·참의원 보궐·재선거에서 자민당이 연패를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 스가의 지역구인 요코하마(橫浜)에서 실시된 시장 선거에서 그가 전폭 지원한 측근이 야당 후보에게 패배하기도 했다.
내각 지지율이 급락했고 자민당 내 여론도 결국 스가에게 등을 돌렸다.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지역구 기반이 취약한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스가를 당의 간판으로 삼아 선거에 임할 수 없다'는 반발 기류가 확산했다.
스가는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 중의원 해산 등으로 자신의 연임에 반대하는 세력을 제압하려고 했으나 '임기를 연장하려고 무리수를 둔다'는 역풍을 맞고서 지난 3일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非)세습 정치인, 3무(無, 조직, 간판, 자금) 정치인이라는 점을 부각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출발한 스가 내각은 1년 만에 폐막을 앞두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이날 "도쿄를 포함해 긴급사태 선언을 3번 발령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에 쫓겨 여론의 지지도가 저조했다"고 지난 1년을 진단한 뒤 행정의 디지털화와 탈(脫) 탄소 정책을 추진한 것을 스가 내각의 성과로 꼽았다.
스가 취임 1주년을 맞은 16일 일본 주요 조간신문 1면은 스가를 밀어내고 권좌에 오를 차기 주자들의 동향으로 장식됐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 개혁 담당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며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도 출마를 위한 막판 준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의 밀실 정치로 총리직에 오른 스가는 재임 중 총선으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후임 총리는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중의원 임기 만료 등에 따라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직접 판단을 받게 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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