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 30년] 조현 대사 "내년 10대 공여국…한반도 평화 노력 지속"
"분단국가 외교관의 회한이 30년만에 뿌듯함으로…한반도 평화정착이 과제"
"유엔과 비핵화·항구적 평화 위해 협력…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결실 보고싶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15일(현지시간) "남북간 대화,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도록 유엔 무대에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유엔 대사로서의 개인적인 목표 역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결실을 보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내년에는 유엔의 10대 공여국이 될 전망"이라며 30년 사이 달라진 위상을 소개한 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기후변화 등 국제 현안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조 대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의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은 소회는 어떤가.
▲ 유엔 가입 전인 1990년 뉴욕에 출장 왔을 때 유엔총회장 회원국석에 우리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 분단국가 외교관으로서 회한을 느꼈다.
한국은 1991년 가입 이후 30년 만에 유엔 정규예산 분담률 11위에 올라 주요 회원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유엔 가입 후 처음 산정된 우리나라의 정규예산 분담률은 20위권이었는데 내년에는 한 자릿수 회원국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10대 공여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신장한 국력을 유엔에서도 느낄 수 있어 30여 년 전의 회한이 뿌듯함으로 바뀌었다.
다만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유엔에서 우리나라는 항상 안보가 취약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어 가입 30주년을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지난 30년을 돌이켜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정표가 된 순간들이 있다면.
▲ 무엇보다 1949년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지 42년 만인 1991년 유엔 가입이 이뤄진 것이 가장 이정표적인 순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식, 1995년 우리나라의 첫 안보리 이사국 선출,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연속 유엔총회 참석, 우리가 제안한 '푸른 하늘의 날' 채택도 중요한 순간들이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하고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방탄소년단(BTS)도 함께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전 세계 청년들에게 알리는 데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글로벌 보건 문제와 관련해 유엔 무대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우리는 작년 5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유엔 차원의 보건안보 협력 논의를 활성화를 목표로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을 출범시켜 당면한 위기 해결뿐만 아니라 향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글로벌 보건 개혁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해결을 위해 백신의 공평한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관련 논의를 주도했다. 지난 3월 180개국 이상이 공동 참여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접근에 대한 정치 선언문'은 우리가 초안부터 함께 작성한 것으로 보건 논의에서도 우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안보리에서 어떤 외교 노력을 하고 있나. 2024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가능성은 어떤가.
▲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안보리 내에 북한의 핵개발과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핵 문제와 별개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분명한 공감대가 있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사국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 중이다.
2024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아직은 아태 지역에서 다른 국가가 입후보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 북한이 유엔 총회 개막을 앞두고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 우리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은 대화와 협력, 국제사회의 지지 등 다각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유엔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다. 남북간 대화,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유엔 무대에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나가고자 한다.
-- 유엔 대사로서 개인적으로 임기 내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결실을 보고 싶다. 이는 한반도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하다.
남과 북 모두에 다른 길은 없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화와 외교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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