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 무너지나…"금융 시스템 시험대"

입력 2021-09-14 18:11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 무너지나…"금융 시스템 시험대"

회사 부인에도 '파산설' 파다…투자자들 "돈 내놔라" 몰려가기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공동 부유' 국정 기조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을 강력히 규제 중인 가운데 대형 민영 부동산 재벌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 민영 기업인 헝다가 만일 파산한다면 부실 채권 위험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전반에 심각한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증국증권보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전날 밤 낸 성명에서 최근 인터넷에서 퍼진 자사의 파산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전력을 다해 부동산 시공 현장을 다시 가동하고 고객들에게 상품을 인도하는 등 경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헝다는 "회사가 현재 확실히 전례 없는 어려움에 닥쳤다"고 언급해 회사의 자금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했다.

쉬자인(徐家印) 회장이 1997년 광둥성에서 설립한 헝다는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헬스케어, 여행, 스포츠, 전기차 사업을 아우르는 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동산 재벌인 쉬 회장은 2017년 포브스 중국 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후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등 IT 거물들에게 밀려나기는 했어도 여전히 중국을 대표하는 거부 중 한 명이다.

과거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이던 헝다는 최근 수년간 자동차 등 신사업에 수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 업체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고 주택 수요자들의 금융 대출을 어렵게 만들면서 헝다그룹을 비롯한 중국의 부동산 업체들의 사업 환경이 급속히 나빠졌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작년 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3대 마지노선'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줄이 급속히 말랐다.

국유 은행들이 앞다퉈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헝다는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1조9천500억 위안(약 350조원)에 달했다.

헝다그룹은 아직 본격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파산설 부인에도 최근 많은 협력업체들에 공사 대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힌 것이 아니냐느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 헝다 계열 투자회사인 헝다차이푸(財富)가 최근 만기 도래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한 채 현금 분할 지연 지금 또는 부동산 현물 대체 상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헝다의 자금난이 이제는 수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정상화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일부 채권자들은 헝다그룹 본사로 몰려가 채무 상환 요구에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광둥성 선전(深?)시에 있는 헝다그룹 본사에는 협력업체 관계자와 투자자 등 60∼70명이 몰려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간 중국에서는 부동산 억제책 속에서 하루에 하나꼴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파산했다. 시대주보(時代週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중국에서 파산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총 274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대부분 소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 부동산 업체인 헝다그룹과 같은 '대마'(大馬)가 무너진다면 충격이 부동산 업계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직접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의 고속 경제 성장에서 부동산 분야도 한 축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헝다를 위시한 중국 부동산 업계의 급속한 한파가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FP 통신에 "헝다의 붕괴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최근 수년간 가장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거물 투자자이자 열린사회재단 창립자인 조지 소로스도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근 중국 투자를 확대한 것이 '비극적인 실수'라고 비판하면서 "블랙록의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위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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