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에 구충제 '이버멕틴' 처방논쟁 불붙인 美60대 사망

입력 2021-09-14 15:14
수정 2021-09-14 17:52
코로나 감염에 구충제 '이버멕틴' 처방논쟁 불붙인 美60대 사망

병원 측 거부로 처방 못 받고 퇴원 못 하고 증세 2주만에 숨져

구충제 처방 지지자들 병원 앞 항의 시위 벌이기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당국이 승인한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둘러싼 견해가 구구한 가운데 코로나에 걸린 미국의 풀뿌리 운동가가 병원 측에 이 약의 처방을 요구하다 거부된 후 숨져 논란이 더 증폭됐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시카고의 시민운동가 베로니카 월스키(64)가 코로나 증세로 입원한 지 2주 만인 이날 오전 사망했다.

병원 측은 사망 원인을 코로나로 인한 폐렴 및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추정하면서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 자유와 자결권을 주장하며 백신 및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월스키는 확진 판정을 받고 시카고 아미타 헬스센터(AMITA Health Center)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상태가 악화하자 월스키와 그의 가족은 이버멕틴의 치료 효과에 기대를 걸고 병원 측에 처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연방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충실히 따르고자 한다"며 처방을 거부했다.

병원 측이 퇴원에도 동의해 주지 않자 가족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고, 지지자들은 병원 앞에 모여 "이버멕틴을 처방하거나 다른 병원 또는 다른 의료진에게 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병원에는 수백 통의 전화와 이메일이 쇄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버멕틴 처방도, 월스키의 퇴원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버멕틴은 1970년 구충제로 개발돼 사람과 동물의 기생충 감염 또는 머릿니, 옴 등 피부감염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 백신 공급난을 겪은 인도·브라질 등에서 치료제로 사용됐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48시간 이내에 사멸시키고 치사율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임상 실험 결과까지 나왔다.

오하이오주 법원은 지난달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에 이버멕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약품 사용을 지지하는 이들은 "생명이 위급한데 치료 효과가 분명한 약물 사용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CDC와 FDA 등 보건 당국은 이버멕틴이 과다 복용 시 구토·설사·저혈압·두통·어지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등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월스키는 시카고 일원 유권자들 사이에 2016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80·버몬트)의 열렬한 지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시카고 간선도로인 케네디 고속도로 위 인도교에 올라가 차량 운전자들을 향해 정치·사회적 주장과 메시지를 전달하며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샌더스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2016 대선 경선 이후에는 민주당의 부패상에 반감을 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백신 및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주류 언론들은 그를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 신봉자로 묘사하고 있으나, 그는 진보주의자 샌더스를 지지하는 민주당원을 자처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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