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중력렌즈의 마술…"같은 초신성 폭발, 수십년새 4번 관측"
덴마크·미국 연구팀 "2016년 포착된 초신성, 2037년 4번째 재관측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10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의 빛이 중간에 있는 거대한 은하단의 중력 영향으로 휘어져 2016년 다른 곳에서 3차례 관측됐다. 훨씬 더 많이 휜 먼 경로를 거친 이 폭발의 또 다른 빛이 2037년 다시 관측될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가브리엘 브레머 교수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스티븐 로드니 교수 연구팀이 14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허블우주망원경(HST)으로 촬영한 우주 관측 영상을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먼 은하단의 거대한 중력은 우주공간 자체를 휘어지게 만들어 그 뒤쪽에서 오는 빛은 휘어지면서 여러 방향에서 지구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예측되고 검증된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은 단순히 힘으로 표시되지 않고 우주공간이 굽어진 곡률(curvature)로 표시된다. 매우 무거운 천체는 우주공간을 굽게 만들어 행성이 별 주위를 돌게 하기도 하고 빛이 휘게 하기도 한다.
우주공간을 굽게 만드는 무거운 천체로는 거대한 별이나 블랙홀 등이 있고 특히 가장 무거운 천체로 꼽히는 은하단은 그 뒤편에 있는 은하에서 오는 빛이 너무 많이 휘게 해 완전히 다른 곳에서 오는 빛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중력렌즈를 거쳐 다른 경로를 지나게 된 빛은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과 관측되는 하늘의 위치 등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 보어 연구소가 운영하는 우주 여명 센터(Cosmic Dawn Center)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 적외선 관측 영상을 분석, 2016년 3차례에 걸쳐 하늘의 다른 위치에서 관측된 밝은 천체가 2019년 관측 영상에서는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이 밝은 천체는 100억 광년 밖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초신성의 명칭을 '진혼곡'(SN-Requiem)으로 이름 붙였다.
브래머 교수는 태양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인 100억 년 전 별 하나가 폭발했고 그 빛이 은하의 거울에 비친 모습 4개 가운데 3개가 2016년 1월과 2월, 3월에 하늘의 다른 위치에서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은하단 내에서 초신성이 있는 은하가 어떻게 분산돼 있고, 굽은 우주공간에 의해 영상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분석하면 이들 영상이 얼마나 '지연돼' 지구에 도착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초신성 폭발의 4번째 영상이 21년 정도 지연돼 2037년 지구에 도달, 은하단 중심부에서 다시 관측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2037년 실제로 '진혼곡' 초신성의 폭발이 관측되면 이는 중력이론을 재확인해 주는 것일 뿐 아니라 우주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래머 교수는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향후 10년간 지구에 있는 천문대와 국제 우주 기관들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며 "현재 계획 중인 천체 관측 연구에서 진혼곡 초신성같이 중력렌즈 영향을 받은 초신성이 수십~수백개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력렌즈에 의해 지연 현상을 정확히 측정하면 우주팽창 속도를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우주 전체 질량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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