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사망한 반군 두목 시신 어쩌나…페루 당국 고심

입력 2021-09-14 02:30
옥중 사망한 반군 두목 시신 어쩌나…페루 당국 고심

유일한 유족 부인은 수감 중…"추모장소 없게 화장해야" 주장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수감 중에 사망한 페루 좌익 반군 두목의 시신을 놓고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페루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교도소에서 숨진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 창설자 아비마엘 구스만의 시신은 현재 수도 리마 서쪽 카야오의 시신 안치소에 보관돼 있다.

부검은 마쳤으나 아직 독물 검사 등이 남은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빛나는 길'은 마르크스·레닌·마오주의를 기반으로 한 반군 조직으로, 체제 전복을 꿈꾸며 1980∼1990년대 반정부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자비한 테러도 일삼아 이 기간 7만 명가량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조직을 만들고 지휘한 철학교수 출신의 구스만은 1992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6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숨졌다.

모든 검사 절차를 마친 후 구스만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페루 검찰이 결정할 예정이다.

법적으로는 사망한 수감자의 시신은 유족에게 인계돼야 하지만, 구스만은 교도소 밖에 딱히 유족이 없다.



유일한 유족은 '빛나는 길' 지도부였던 부인 엘레나 이파라기레로, 역시 종신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이파라기레는 자신이 위임한 인물에게 남편 시신을 넘겨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전날 이를 거부했다.

당국은 구스만이 단순 수감자가 아니라 집단학살을 저지른 테러단체 두목이라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구스만 시신이 매장되거나 화장돼 안치되는 곳이 자칫 '빛나는 길' 추종자들의 추모 장소나 시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아니발 토레스 페루 법무장관은 이날 시신 처리와 관련해 "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지만 말고 공통의 이익과 공공질서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하라고 요청했다"며 "나라 전체의 이익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안디나통신이 전했다.

토레스 장관은 지난 11일엔 구스만 추종자들이 추모하지 못하도록 화장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구스만을 공개적으로 추모하는 것은 테러를 정당화한 행위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페루 정치분석가인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는 AFP통신에 "집단학살자의 시신은 유족에게 전달돼선 안 된다"며 "더구나 부인이 수감 중이어서 시신을 받을 수 없으니 화장해 바다에 재를 뿌리는 게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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