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차기주자 고노, 이시바에 협력 요청…결선투표 회피 전략?(종합)
'포스트 스가' 선호도 여론조사 1·2위 후보 연대 가능성 주목
고노 "총리 취임하면 거당체제 구축"…이시바 "더 깊이 생각해 결론"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 13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협력을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노 담당상은 이날 일본 국회 내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고노는 이시바에게 "총재 선거 후 중의원 선거가 있다"면서 "제가 총리로 취임하면 거당(擧黨) 태세를 구축하겠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이시바는 고노와의 회담 후 기자단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더 깊이 생각해 결론을 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고노와 이시바는 일본 주요 언론의 차기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각각 1,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유권자를 상대로 11~12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정치인 5명을 선택지로 주고 누가 총재에 어울리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33%가 고노를 지목했다.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16%를 기록해 2위였고,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4%로 뒤를 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은 8%,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3%였다.
이시바가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고노를 지원하면 '포스트 스가' 선호도 여론조사 1, 2위 후보의 연대가 된다.
고노가 이시바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는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점해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는 29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 383표와 당원·당우 383표를 합산해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을 점한 후보가 있으면 1, 2위 후보 간에 결선 투표가 당일 이뤄지는데 이때는 국회의원 383표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역표 47표가 된다.
결선 투표에선 국회의원 표 비중이 훨씬 커져 자민당 내 파벌 역학 구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가 1위를 차지해도 2, 3위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연대하면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에 영향력이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다카이치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선 투표에 고노와 기시다가 남으면 기시다를 지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 편집국장을 역임한 고토 겐지(後藤謙次) 저널리스트는 지난 6일 밤 TV아사히에 출연해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기시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결선 투표에 남으면 기시다의 당선에 전력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노는 자민당 2위 파벌인 아소파 소속이나 이 파벌의 수장인 아소 재무상마저 정치적 맹우인 아베를 따라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게다가 고노가 아베·아소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이시바와 연대하면 아베와 아소는 더욱 기시다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의 약 40%는 호소다파 혹은 아소파 소속이다.
따라서 고노는 이시바와 손을 잡게 되면 여론에 민감한 당원·당우 표와 함께 아베·아소로 대표되는 자민당 주류 세력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표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여 결선 투표 없이 자민당 총재 선거를 끝내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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