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심사, 공정위가 앞장서달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구조조정 기업 다년 임단협·호봉제 개선 시급"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3일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한국 경쟁당국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앞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빅테크를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경쟁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한국 경쟁당국은 조금 기다리고 '다른 데 하는 거 보고 하자'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치"라며 "그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합병(M&A) 등을 "산업재편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이제야 (산업을) 정상화하고 앞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거기서 중요한 한 단계를 대한민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봐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근 HMM[011200] 노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일진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임단협을 매년 경신하는 노사문화로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HMM처럼) 노사 간 자율 합의를 전제로 3년 이상의 다년 임단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호봉제 영향으로 대부분 직원이 퇴직 기간은 오래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고임금이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보다는 '나는 높은 임금을 받고 퇴직하겠다'고 하는 풍토도 있는 것 같다"며 "최소한 구조조정 기업이라도 호봉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근 HMM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직원 노력도 있었지만 컨테이너선 신규 축조, 코로나19 시황 개선 등 우호적 영업환경의 덕이 컸다"며 "HMM이 정상화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지금 얻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정상화 기반을 다지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향후 HMM 매각 과정을 두고는 "앞으로 원활한 M&A 여건을 조성하려면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다"면서도 산은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당장 매각 계획이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이 EU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 승인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를 반대하는 노조, 정치인 등 일각의 목소리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노조와 지역사회의 극렬한 반대 행동은 EU 경쟁당국의 승인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책임질 자신이 있는지, 금융지원 없이 독자생존 할 자신이 있는지, 승인이 안 됐을 경우 책임은 누가 질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쌍용차[003620] 매각 절차에서 일부 인수 후보자들이 공장 부지 개발이익 등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모든 부실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먹튀 얘기가 나오는데, 먹튀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 공장 이전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고, 최소한 10년여가 걸리는 데다, 또 다른 부지의 용도를 다시 변경해야 하는 등 수년간의 작업이 걸리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5일 이뤄지는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능력 있고 책임 있는 경영 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규투자자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에 따라서 조속히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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