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탈레반 지지"…부르카 착용한 여대생 수백명 집회
탈레반 "집회 신청 허가했을 뿐"…온라인서 비판 목소리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의 인권 유린 사례가 속속 보도되는 가운데 부르카 등으로 온몸을 가린 여대생 수백 명이 오히려 탈레반을 지지한다며 거리로 나섰다.
12일 하아마 통신 등 아프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수도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대 소속 여대생 수백 명은 전날 강의실과 거리에서 팻말과 탈레반 깃발을 들고 탈레반 체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연단에 오른 소마이야는 "탈레반이 돌아온 뒤 역사는 바뀌었다"며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우리의 (탈레반) 정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은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탈레반의 정책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대생들은 대부분 니캅이나 부르카를 착용했다.
니캅은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고, 부르카는 눈 부위마저 망사로 가려지는 이슬람 복장을 말한다.
탈레반 교육 당국은 지난 4일 새 규정을 토대로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탈레반은 수업도 성별로 구분해 진행하도록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커튼을 쳐 남·여학생을 구분하도록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대생들은 이런 탈레반의 조치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한 여대생은 지난 정부가 여성을 잘못 대했다고 지적하며 "그들은 아름다움만을 기준으로 여성을 뽑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탈레반의 태도와 행동에 대해 만족한다", "아프간을 떠난 여성은 우리를 대표할 수 없다"고 적힌 팻말도 눈에 띄었다.
여대생들은 강의실 집회가 끝난 후 거리로 나가 행진하기도 했다. 시위대 옆에는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집회 개최에 대해 탈레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반 당국은 여성들이 집회를 조직하고 신청해 이를 허가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 과도정부는 지난 9일부터 내무부, 법무부 등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모든 시위는 금지한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이날 집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 첫 여성 시장 출신으로 지금은 독일로 대피한 자리파 가파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며 아프간 여성은 극단주의의 일부도 아니다"라며 그들을 야만적인 상태로 몰아가지 말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가혹하게 여성 인권을 탄압했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취업 기회를 빼앗겼고, 부르카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했으며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과 달리 탈레반이 여성 시위대 등에 실탄과 채찍 등 폭력을 사용해 대응해 여러 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일부 언론인은 감금·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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