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차기총리 경쟁서 짙어지는 아베 그림자…후보들 보수화
기시다·고노, 보수파 눈치보기…다카이치 "北 제재 더 강화할 수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포스트 스가' 후보들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당내 보수파의 마음을 잡기 위해 보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1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스가 총리의 총재 선거 불출마 선언 이후 표면적으로는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많은 국회의원이 면담을 신청해 그의 의중을 떠보고 있다.
전날에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과 기시다(岸田)파의 네모토 다쿠미(根本匠) 사무총장 등이 아베 전 총리와 면담했다.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총재 선거 출마를 발표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호소다파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전 총리와 당내 2위 파벌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 표를 굳힌다는 게 기본전략이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지난 8일 총재 선거 입후보를 선언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단에 아베 전 총리의 아킬레스건인 모리토모(森友)학원 스캔들 관련 재무성의 공문서 조작과 관련해 "재조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아소 재무상을 배려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8일 정책 발표를 하면서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를 이어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시다는 전날 헌법 개정 의지를 밝히고 '모계(母系) 일왕'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가 보수적인 입장을 내놓는 것은 개헌을 목표로 하고 모계 일왕을 부정하는 아베와 그 출신 파벌의 협력을 얻고 싶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측은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이날 출마를 공식 발표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이 남으면 아베 측이 자신들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담당상은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지지 확보에 나서면서도 보수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는 자민당 내 보수파가 반대하는 모계 일왕 검토 주장을 최근 철회했다.
그는 지난 8일 모계로의 일왕 승계 자격 확대를 보류한다는 등의 정부 전문가 회의 중간 논의 결과에 대해 "전혀 이론이 없다"고 밝혔다.
고노는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 그룹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의 대표인 아오야마 시게하루(靑山繁晴) 참의원과의 최근 면담에서도 자신은 "모계 용인론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노는 작년 8월 부친의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이른바 '남계남자'(男系男子)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정한 현행 제도의 취약함을 지적하며 모계 일왕을 인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가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밝힐 정도로 극우 성향의 인물이다.
다카이치는 매년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 15일)과 봄·가을 예대제(例大祭·제사)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왔다.
다카이치는 전날 기자단에 아베의 후원에 대해 "매우 감사한 일"이라며 "정말 큰 영향을 가지고 있어 제가 지원을 부탁할 수 없었는데,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북한에 대한 제재는 더 강화할 수 있다. 일본의 진심을 어떻게 전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최대 과제였던 납치 문제 해결을 강조해 자신이 '아베의 후계'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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