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즈니스환경 혁신 시범도시 지정…'좌경 불안' 달래기
인민일보 1면 사설로 "반독점, 특정 산업 죽이기 아니다" 강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비즈니스 환경 혁신을 위한 시범 도시를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기술 분야에서 시작된 중국 당국의 거친 규제가 사교육, 부동산, 대중문화 산업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민영 경제 전반에 공포감이 드리워져 투자가 크게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에 유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베이징, 상하이, 충칭, 항저우, 광저우, 선전 6대 도시를 '비즈니스 환경 혁신 시범 지역'으로 지정했다.
국무원은 시범 지역에서 ▲ 지역 간 사업 장벽 철폐 ▲ 전자 영업허가증 발행 등 시장 진입 및 퇴출 절차 간소화 ▲ 투자 및 건설 편리화 촉진 ▲ 대외 개방 확대 ▲ 무분별한 행정 비용 징수 등 감독 관리 혁신 및 완비 등을 추진해 경제 주체들의 사업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주요 계기 때마다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왔고 지역 간 장벽 철폐, 전자 영업허가증 발행 등 이번에 제시된 주요 '혁신 방안' 역시 과거 나왔던 것들이다.
기업의 사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중국의 이번 계획은 기술 분야에서 시작된 규제가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공산당이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동 부유' 국정 기조를 전면화하면서 1978년 개혁개방 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민영 경제 부문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많은 중국 기업인과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내 사업 환경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공개 석상에서 당국의 규제 방침을 정면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유폐'에 준하는 상황에 몰린 이후 각각 겉으로 표명한 이유는 달랐지만 황정(黃?·41) 핀둬둬 창업자, 장이밍(張一鳴·38) 바이트댄스 창업자, 류창둥(劉强東·47) 징둥 창업자가 줄줄이 퇴진 또는 2선 후퇴를 선택했다.
중국 기술기업에 큰 자본을 쏟아부었던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 당국의 최근 규제가 너무 종잡을 수 없어 투자를 둘러싼 위험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최근 들어 반독점 등 명분을 앞세운 규제가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정돈' 차원이지 '시장 죽이기'가 목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피력하면서 뒤늦게 사태 수습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지난 6일 "민영 경제 발전 지지 방침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사회주의시장경제 개혁 방향을 견지하는 속에서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8일 '감독 관리 견지와 발전 촉진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둘 다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제목의 1면 논평에서 "감독 관리는 법과 규정을 어진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절대로 특정 산업과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자국이 내놓은 일련의 규제가 높은 질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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