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탈레반 과도정부에 국제고립 피할 신호 안보여"

입력 2021-09-09 02:41
블링컨 "탈레반 과도정부에 국제고립 피할 신호 안보여"

"체제 인정여부는 그들의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

주독미군기지서 한국 등 20여개국과 아프간 대응 화상회의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정당성과 지원은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며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탈레반이 구성한 과도정부에 국제적 고립을 피할 수 있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카불공항 운영 재개와 전세기 이륙 허용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행 아프간 탈출자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는 독일의 람슈타인 기지를 방문,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을 비롯해 한국 등 20여 개국 외무장관과 아프간 사태 후속 대응을 위한 화상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독일과의 주목할만한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독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이 넘게 대단히 귀중한 파트너였고, 최근 대피 작전에 있어서도 협력관계가 최고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20여개국 외무장관 화상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의 과도정부 구성과 관련한 우려가 매우 컸다"면서 "우리는 크나큰 인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이 구성한 과도정부와 국제사회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출국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고, 테러를 저지하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기본 인권을 존중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을 포괄하는 정부 구성"을 꼽았다.

블링컨 장관은 "지금까지 과도정부 구성을 봤을 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필수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두 장관은 탈레반에 대한 이날 화상회의에서 탈레반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도 협의했다.

화상회의 참석 국가가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프간 대피 과정 및 탈레반과의 협의에 관여해온 미국의 우방이 대부분 참석했다.

이날 오후 1시에 람슈타인 기지에 착륙한 블링컨 장관은 현지 공군 장병들과 아프간인 대피자들을 만나고, 대피자들의 숙소 등을 점검했다.

람슈타인 기지에는 현재 미국으로 향하는 아프간 대피자 1만1천명이 격납고의 야전침대와 천막숙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기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비롯한 진찰을 받고 등록을 한 뒤 필요시 치료를 받는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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