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군 축출→과도정부 인선 발표…국가 모양새 갖춰가는 탈레반

입력 2021-09-08 13:17
수정 2021-09-08 13:40
저항군 축출→과도정부 인선 발표…국가 모양새 갖춰가는 탈레반

정부 체제 구축 등도 마무리 예정…경제난 등으로 앞날은 험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함락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차츰 '정상 국가'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우선 탈레반은 지난 6일 반(反)탈레반 저항군 최후의 거점으로 '눈엣가시'였던 판지시르의 주도 바자라크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저항군 세력이 완전히 소탕되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탈레반은 아프간 34개 주 주도를 모두 손에 넣게 됐다. 명실상부한 아프간 유일의 통치 세력이 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탈레반 내부에서는 정부 출범 공식 선언 전에 판지시르를 점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탈레반은 판지시르 이슈가 정리되자 다음 날인 7일 밤 과도정부 구성을 발표했다.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구체적인 정부 체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탈레반은 조만간 이에 대해서도 내부 조율 후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이와 함께 지방 정부 수장, 정부 내 실무 보직 등에 대한 인선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산악지대를 누비며 게릴라전을 펼쳤던 탈레반이 이제는 빠르게 정부 형태를 갖춰가는 분위기다.

다만 탈레반 정부의 앞날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지난 20년간 구축된 사회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는 이미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물가 폭등 등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졌고 실업자는 급증했다. 은행에는 돈을 찾으려는 인파가 길게 늘어섰다.

와중에 해외 원조마저 끊어지고 있어 위기는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탈레반의 장악 직후 일찌감치 무너진 행정, 군사 등 정부 시스템과 의료 체계도 상당 기간 복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탈레반은 10만명도 안되는 대원 대부분이 문맹인 상황이라 정부 시스템을 재구축할 능력과 인력 모두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와 달리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교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 카타르,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를 빼면 탈레반을 인정하려는 나라가 적다는 점도 부담이다.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지도부의 공언과 달리 일부 일반 대원들은 여전히 여성과 정부 종사자, 언론인 등을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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