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진짜돈 실험'…과연 안착할까 시선집중(종합)
정부, 법화 통용 하루 앞두고 비트코인 400개 매입
대통령, 반대여론 많지만 "경제 살린다" 도입 강행
시세급락에 경제 더 망가질 수도…가상화폐 시장 귀추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엘살바도르 정부가 7일(현지시간)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나라가 된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엘살바도르 정부는 법정통화 인정을 하루 앞두고 400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6일 보도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정부가 200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발표한 뒤, 이후 추가로 올린 트윗을 통해 비트코인 200개를 더 매입해 총 400개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사들인 비트코인은 현재 시세로 따졌을 때 약 2천만 달러(약 232억원) 규모다.
중미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7일부터 엘살바도르에서는 기존 공용 통화인 미국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도 법화 지위를 갖게 된다.
실제 상점 등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고 정부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70%가 기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해외 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액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높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이민자들이 본국 송금을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고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비트코인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정식 통용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 비트코인을 달러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 200대와 유인 지점 50곳을 설치하는 등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 3분의 2 이상이 정부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법정통화 하루 전까지도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우려의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수도 산살바도르 시내의 가게와 식당, 커피숍 20곳을 대상으로 FT가 자체 설문한 결과 7일부터 비트코인을 받겠다는 곳은 3곳 뿐이었으며, 나머지는 비트코인 결제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운전기사인 리카드로 로페스는 FT에 7일이 되면 실제 결제금액을 비트코인으로 받아도 될지 잘 모르겠다면서 "주식처럼 시세가 달라진다고 하던데 대부분 사람들은 정보가 부족해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과달루페 에스코바르도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알기도 싫다.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빈곤한 엘살바도르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등 경제 안정성을 해치고, 비트코인이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것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금융시장도 기대와 우려 속에서 엘살바도르의 실험이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주목하는 가운데 이날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밝힌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1.49% 올라 5만2천680달러 이상을 나타냈으며 로이터 분석에서도 5만6천∼5만6천300달러대까지 올랐다.
디지털머니 플랫폼 회사인 업홀드의 대표인 후안 파블로 티에리엇은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달러 가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엘살바도르는 달러가 아닌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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