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1심 '소비자 승소' 판결, 법리적으로 타당"
보험학회 세미나서 발표…"약관에 중요사항 누락됐고 설명도 없어"
"소송 장기화로 보상 미흡…소비자 일괄구제 방안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즉시연금 소송' 1심 법원의 판단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전문가 검토의견이 학회를 통해 공개됐다.
7일 한국보험학회에 따르면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온라인으로 열리는 2021 한국보험학회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즉시연금 1심 판결의 법리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다.
미리 공개된 발제문에서 맹 교수는 즉시연금 소송의 법적 쟁점을 ▲ '평균적 고객'의 관점에서 본 약관상 '생존연금월액'의 의미·해석 ▲ 산출방법서(생존연금월액 계산식) 내용의 약관 반영 여부 ▲ 생존연금월액이 고객에게 설명 대상인지 여부로 꼽고, 각 쟁점에서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맹 교수는 "약관에서 생존연금월액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적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적용'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곱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다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 것이 약관해석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판결의 논지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생존연금월액 계산식이 당국에 제출한 산출방법서에 기재돼 있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지급 예시금액을 가입설계서에 제공했기 때문에 산출방법서가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 맹 교수는 약관에 그러한 계산의 근거가 없고 산출방법서가 모든 고객에게 배포되는 것도 아니므로 계약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에 힘을 실었다.
맹 교수는 또 "생존연금월액을 이 사건 연금보험계약의 중요사항으로 본 판결 요지는 타당하다"며 "이를 설명하지 않은 이상 보험자는 설명의무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즉시연금 등 보험금 분쟁이 소송으로 장기화함에 따라 소비자가 승소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창희 국민대 명예교수는 '즉시연금 피해자의 일괄구제제도 연구'를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즉시연금 사건(조정일자: 2017.11.14)은 보험회사의 수용 거부로 인해 근래에서야 1심 판결이 내려지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아직 멀다"며 "수많은 가입자는 승소 확정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근래까지(3년 이상 지난) 보험금 청구권은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소비자 일괄 구제를 위한 방안으로 ▲ 집단분쟁조정제도 활용 ▲ 보험사에 조정 수용 의무를 부여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 ▲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 소비자, 삼성생명 등 4개사에 승소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한 달 후부터 연금 형식으로 매달 보험금을 받는 상품이다. 원고들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정 기간 연금을 받은 후 만기에 도달하면 원금을 환급받는 '상속만기형' 가입자들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즉시연금 판매 생명보험사들은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 전체를 연금월액으로 지급하지 않고 만기환급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액을 공제했다.
가입자들은 약관에 이러한 공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고 보험사의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며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내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에 덜 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금감원은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나머지 가입자들에게도 보험금을 주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천억∼1조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5만명에 4천억원으로 가장 많다.
지금까지 1심 판결을 보면 만기환급금 재원 공제 사실이 약관에 반영된 NH농협생명을 제외한 삼성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이 패소했다. 4개 보험사 모두 1심 결과에 불복,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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