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태양, 수명 다하는 50억년 뒤 모습은?
"백색왜성 진화 후 느린 핵융합 지속 가능"
이탈리아 연구팀 "냉각 속도 느려져 별 수명 더 연장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태양의 수명은 약 100억년. 현재 46억살 정도인 태양은 50억년 후 수소와 헬륨 등을 핵융합에 모두 소진하고 부풀면서 금성을 집어삼킬 만큼 큰 적색 거성(red giant)이 된다. 이후 외곽 가스층이 날아가면 지구 크기의 고밀도 백색 왜성(white dwarf)이 돼 식어간다. 이게 끝일까?
태양 같은 별은 백색 왜성이 된 후 서서히 식어갈 뿐이라는 통념과 달리 백색 왜성 표면에서 수소 열핵융합 반응이 천천히 진행돼 별의 수명이 더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프란체스코 페라로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7일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허블우주망원경(HST)이 촬영한 구상성단 M13과 M3를 분석, 백색 왜성 표면에서 열핵융합 반응으로 수소가 계속 연소해 별의 노화 속도가 늦춰 수 있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백색 왜성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기에는 질량이 작은 별이 마지막 단계에 적색 거성이 됐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별로, 태양을 포함해 우주에 있는 별의 약 98%가 백색 왜성이 될 운명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백색 왜성의 진화를 결정하는 물리학 원리를 찾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에 탑재된 광시야카메라3(WFC3)으로 촬영한 거대한 구상성단(globular cluster) 'M3'와 'M13'의 고해상도 사진을 활용, 수많은 백색 왜성들의 냉각 현상을 비교했다.
두 구상성단은 나이와 중원소함량(metallicity) 등 물리적 특성은 비슷하지만, 나중에 백색 왜성이 될 별들의 수는 다르다. 이 때문에 두 구상성단은 서로 다른 백색 왜성들이 어떻게 냉각돼 가는지 시험할 수 있는 완벽한 자연 실험실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들은 허블우주망원경 WFC3를 이용해 근자외선(near-ultraviolet wavelength) 파장에서 두 구상성단에 있는 백색 왜성 700여 개를 비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M3 성단에는 별의 핵이 단순히 식어가는 표준 백색 왜성이 많은 반면, M13 성단에는 표준 백색 왜성과 함께 핵 외곽에 열핵융합이 계속 일어나는 수소층이 있어 냉각이 더 느리게 진행되는 백색 왜성도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M13 성단 내 별들의 진화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 성단의 백색 왜성 중 약 70%에서 수소 연소가 진행돼 냉각 속도가 표준 백색 왜성보다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백색 왜성 진화 모델은 예측 가능한 냉각 과정을 토대로 만들어져 별의 나이와 온도 사이에 비교적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백색 왜성의 냉각 속도를 구상성단이나 산개성단(open cluster)의 나이를 결정하는 자연 시계로 활용했으나 이 연구 결과처럼 표면에서 수소가 계속 연소해 냉각 속도가 느려진다면 성단의 기존 연령 추정치는 10억년 정도 부정확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페라로 교수는 "이 발견은 항성이 늙어가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백색 왜성의 기존 정의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현재 백색 왜성 표면에서 수소 열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을 밝혀내기 위해 M13과 유사한 다른 성단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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