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급등에 컨테이너선 발주 사상 최대…작년 대비 13배
물동량 증가로 중고선도 인기…친환경선 발주 증가시 한국도 수혜
해운업계 "공급량 증가하면 운임 떨어질텐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해상운임 급등과 운송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컨테이너선은 1천507만1천478 CGT(표준선 환산톤수·386척)가 발주됐다.
클락슨리서치가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로, 발주량이 역대 최저수준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116만3천164 CGT)과 비교하면 1천200%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는 조선업 초호황기였던 2007년 발주된 1천321만7천3 CGT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컨테이너선 발주 열풍에 힘입어 국내 '빅3'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올해 현재까지 각각 57척, 38척, 16척을 수주했다.
조선·해운업계는 선주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계속 늘리고 있어 올해 전체로도 발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컨테이너선 발주 급증 이유로는 작년의 4배 가까이 치솟은 해상운임과 경제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꼽힌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4천502.65를 기록하며 17주째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다.
물동량 증가도 한몫했는데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해운 조사기관 피언리시큐리티를 인용해 물동량 증가로 항구 혼잡이 심해지면서 현재 선박 47척이 미국 롱비치와 로스앤젤레스 항구 외곽에 대기 중이라고 보도했다.
컨테이너선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고 컨테이너선 수요도 늘어 클락슨리서치의 중고선 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사이 160% 상승해 10년래 최고치에 근접 중이다.
선사들은 이러한 해운 호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컨테이너선 발주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이 300척 이상 발주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2023년 국제해사기구(IMO)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사들이 친환경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관련 분야를 선도 중인 한국도 이러한 발주행렬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사가 최근 한국조선해양에 1만6천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옵선 4척 별도)을 발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에 따르면 2023년께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현재의 2배에 이르는 200만 TEU 이상으로 전망되는데 이러한 공급량 증가는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07년 발주가 급증한 컨테이너선이 2010년 이후 대규모로 인도되면서 운임은 크게 하락했고, 그 결과 해운업계는 10년간 장기침체를 겪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에버그린이 피더 컨테이너선 24척을 발주하려고 현대미포조선[010620] 등과 접촉했으나 도크(건조공간)가 다 차 중국선박공사(CSSC)에 발주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공급증가에 앞서 해운업계도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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