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광풍에 홍남기·이주열·고승범 트로이카 똘똘 뭉쳤다

입력 2021-09-04 05:30
집값 광풍에 홍남기·이주열·고승범 트로이카 똘똘 뭉쳤다

'금융불균형 해소' 합창…금리인상·대출규제 속도전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집값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강하게 결속했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지난 7월 초 자리를 함께했고, 2개월 후인 지난 3일엔 이 총재와 고 위원장이 회동했다.

경제·금융·통화 정책을 책임진 '트로이카'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전대미문의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와 미친 집값이 상징하는 자산 버블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집값 잡자'…경제·금융·통화 트로이카 강력 결속

3일 회동한 이주열 한은 총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화두는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폭등에서 비롯된 '금융불균형'이었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과 관련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안정은 물론 성장·물가 등 거시경제의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적절한 운영을 통해 이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 위원장도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 가격 과열 등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언급은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를 통해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의 만남과 현안에 대한 인식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 총재의 지난 7월 2일 회동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는 한은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이 초점이었다. 두 사람은 "재정·통화정책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는 기획재정부는 훼손된 성장 잠재력 복원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재정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한은은 긴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어 금융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하여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등 부작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금리를 올려 자산 거품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들이 회동한 다음 달인 지난달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종전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과거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 때문에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였던 중앙은행과 경제·금융정책 사령탑이 연쇄 회동해 자산 버블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 금리 인상, 대출 규제…정책 수단 총동원

경제·금융·통화 정책 트로이카의 연쇄 회동으로 고삐 풀린 가계부채와 집값을 잡기 위한 포위망은 한층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우선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의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뒤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것"이라고 했고,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두르지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 연내 1%까지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대출 억제에 정책·감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승범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감독 당국의 강력한 '창구 지도'에 따라 이미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과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까지 조여가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이달 중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고,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이미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5천만원 이내로 묶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감독 당국의 방침에 따라 금융권이 돈줄을 죄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금융위는 대출 억제를 더 세게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 가계대출 둔화 조짐…집값은 여전히 '펄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라는 강펀치가 작렬하면서 금융권의 가계대출에 둔화 조짐이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8천149억원으로 7월 말보다 3조5천68억원 증가했다. 이는 7월 증가액(6조2천9억원)과 비교해 증가 폭이 상당히 떨어진 것이다.

7월에 1조8천여억원 늘었던 개인신용대출이 지난달엔 11억원 증가에 그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3조8천311억원이 늘어 전월의 증가폭(3조8천237억원)과 비슷했다. 이는 부동산 대출의 억제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집값은 역대급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각각 8.73%와 5.88% 오른 전국 아파트값과 전셋값은 8월에도 오름폭을 키웠다.

지난달 첫주(2일 기준) 0.28% 오른 전국 아파트값은 둘째(9일), 셋째(16일), 넷째 주(23일)엔 각각 0.30% 뛰었고, 마지막 주(30일)엔 0.31%가 올랐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달 매주 0.20% 안팎 상승했다.

시세 반영도가 높은 KB주택가격 월간 동향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가격은 10.30%, 아파트값은 13.85% 각각 치솟았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승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금리를 한 번 올리고 신규 대출을 억제하는 정도로는 시장 안정에 한계가 있지만,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당국이 강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에 나설 경우 고점을 찍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결국은 공급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펴면 가계대출 증가세는 억제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주택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유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 쪽에서 실질적이고 커다란 변화가 있어야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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