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日총리는? 기시다 두각…고노 출사표·이시바 주목(종합)
스가 불출마에 판세 요동…영향력 강한 아베가 누구 지지할지 관건
다카이치 출사표·젊은 고이즈미도 눈길…'킹메이커' 니카이 움직임 관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차기 총리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출마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누가 대권을 쥐게 될지 주목된다.
스가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이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후보 3명 중 득표수 2위를 기록했던 기시다는 지난달 26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애초에는 스가와 기시다의 양강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스가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시다가 각광받는 상황이 됐다.
기시다는 스가 내각과 자민당 지도부를 비판하고서 "정치 생명을 걸고 새로운 정치의 선택지를 제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5년 넘게 자민당 실세로 군림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에 대항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기시다는 자신이 총재가 되면 자민당 간사장의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연속으로 3기(3년) 동안만 간사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또 이런 원칙을 소급해 적용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해 총재가 되면 간사장을 교체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니카이는 기시다의 이런 구상이 "무례하다"며 불쾌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후 스가 총리가 자민당 인사를 실시해 간사장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니카이 퇴출의 물꼬를 튼 인물로서 기시다가 더 주목받게 됐다.
그는 아베 정권 시절 외무상으로 오랜 기간 재직했으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총재 선거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인물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다.
이시바는 2008년, 2012년, 2018년, 2020년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총재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2012년과 2018년에는 아베와 맞섰고, 작년에는 스가, 기시다와 경쟁했으나 후보 3명 중 3위를 기록했다.
그는 유권자를 상대로 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2위로 꼽힌다.
2012년 총재 선거 때는 1차 투표에서 아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석패해 저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 이시바는 이번 총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민생이 어려우니 현직 총리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인데 '내가 총리가 되겠다'고 손을 드는 것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가가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해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므로 이시바로서도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전날까지 출마에 관해 "백지"라고 반응했던 이시바는 스가의 출마 포기 소식이 전해진 3일 "동지와 상담해서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때 결론을 내겠다"고 총재 선거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출마하기로 한 경우 이시바가 견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는 제2차 아베 정권 발족 때는 간사장으로 중용됐으나 아베에 반기를 들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이시바가 속한 파벌은 이시바를 포함해 현재 국회의원이 17명뿐이라서 총재 선거 추천인 기준(20명)에 미달한다.
정치권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는 출마 의지를 표명하지 않았고 스가 총리를 보필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념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3일 스가의 불출마 방침이 알려진 후 소속 파벌 회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면담한 후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히고 지지를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시바와 더불어 차기 총리 후보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고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트위터 팔로워만 235만 명에 달하며 스가와는 달리 언변이 유창하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당의 간판으로 삼기에 좋은 측면이다.
그는 스가 내각의 일원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지휘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여론의 불만을 고려하면 고노 역시 갈팡질팡 방역 정책의 책임을 나눠서 짊어져야 할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고노의 지휘로 백신 접종이 이만큼 진행됐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다.
고노는 아베 정권 시절 외무상과 방위상을 지냈으며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에 관여한 바 있다.
이밖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출마 의사를 피력했고, 젊은 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스가의 전격 출마 포기에 따라 그간 움직임을 자제했던 다른 후보군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앞서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단념했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조회장은 "상황이 바뀌었다. 다시 동료들과 상담하고 싶다"고 반응했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출신이며 배후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누구를 지지할지도 향후 판세를 살피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아베는 총리 재임 중 기시다를 외무상, 방위상(겸임), 자민당 정조회장 등 요직에 기용했으며 작년 총재 선거 때 애초에는 기시다를 후임자로 지명할 것으로 여겨졌다.
당시 니카이 간사장이 스가 밀어주기를 주도한 가운데 아베가 기시다 지지 표명을 거부한 것은 일종의 반전이었다.
아베는 이번 총재 선거를 앞두고 스가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바 있다.
8년 가까이 관방장관으로 활동하며 자신을 보좌한 스가에게 인정상 등을 돌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스가가 불출마함에 따라 기시다는 아베의 지지를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시바가 출마할 경우 아베는 이시바의 당선을 막기 위해 그와 대항하는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1년 전 스가 총리 만들기에 앞장섰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이번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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