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블랙홀-별 충돌로 발생한 초신성 폭발 증거 첫 관측"
미국 연구팀 "이론으로 예측돼온 또 다른 초신성 폭발 첫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태양보다 수십 배 큰 별이 수소와 헬륨 등 내부 연료를 모두 핵융합에 소진한 뒤 생을 마감하는 초신성 폭발 현상과 달리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다른 별과 충돌해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의 증거가 처음으로 관측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딜런 동 연구원팀은 3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국립과학재단(NSF)의 대형 전파망원경 배열인 '칼 G. 잰스키 초대형배열'(VLA)을 이용해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이 인근 동반자별과 충돌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증거를 처음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동 연구원은 초신성 폭발 후 남은 잔해인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인근의 별과 충돌해 다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예측돼 왔지만 이런 사건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칼 G. 잰스키 초대형배열'(VLA)을 이용해 하늘을 관측하는 '초대형 배열 전천 탐사'(VLASS) 데이터에서 이 현상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2017년 VLASS 이미지를 조사하던 중 이전에는 없었던 밝은 전파를 방출하는 천체(VT 1210+4956)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이후 VLA와 하와이 켁 망원경을 이용해 'VT 1210+4956' 관측에 나섰다.
그 결과 이 밝은 전파는 지구에서 약 4억8천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별이 만들어지고 있는 작은 은하의 외곽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천체에서 발생한 X선 폭발은 2014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재된 관측장비에도 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모든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질량이 매우 큰 두 개의 별이 수 세기에 걸친 '죽음의 춤'을 추다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끝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양보다 훨씬 큰 별들은 쌍둥이별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서로를 회전하는 쌍성계를 이룬다. 이런 쌍둥이별 중 더 큰 별은 핵융합 반응이 더 빨리 일어나면서 초신성 폭발과 함께 먼저 생을 마감한다.
초신성 폭발 후에는 블랙홀이나 초고밀도의 중성자별이 남게 된다. 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은 남아 있는 동반자별에 점점 접근하면서 서로를 돌다가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 마지막 죽음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때 동반자별에서 가스가 주변으로 소용돌이치며 분출돼 도넛 형태의 거대한 고리와 물질 원반이 만들어지고, 중심핵이 붕괴하면서 일시적으로 물질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분출되기도 한다. 2014년 ISS 관측장비에 포착된 X 폭발은 이 현상이 관측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순간에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동반자별의 핵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방해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면서 동반자별의 핵이 자체 중력에 의해 붕괴,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동 연구원은 "남아 있던 동반자별은 마지막에 결국 폭발할 운명이었지만, 초신성 또는 중성자별의 충돌이 그 과정을 가속했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그레그 할리난 교수는 "모든 퍼즐 조각들이 이 놀라운 이야기에 잘 들어맞는다"며 "오래전에 폭발한 별 하나의 잔해가 동반자별과 충돌해 그마저 폭발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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