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美기후특사 "中석탄발전소 건설, 글로벌 노력 망칠 수도"
중국 측 미중갈등 경고에 "기후 문제는 정치 아니다" 반박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석탄 발전소 건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노력을 망칠 수 있다고 존 케리 미국 기후 문제 특사가 지적하고 나섰다.
3일 A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전날 중국에서 고위 지도자들과 잇따라 대화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더 많은 석탄 발전소를 추가하는 것은 기후 대응에 대처하는 세계의 노력에 심각한 도전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전력의 약 60%를 석탄에서 얻으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석탄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38.4 기가와트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세계 다른 지역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케리 특사는 중국 내의 신규 석탄 발전소와 중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서 짓는 석탄 발전소가 지구 기온 상승을 막으려는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톈진(天津)에서 카운터파트인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와 만나 이틀간 회담했다. 또한 중국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기후 문제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 양제츠(楊潔?)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잇따라 영상으로 대화했다.
그는 이들과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중 갈등이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케리 특사는 기후 변화 문제가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응수했다.
그는 "'기후는 이데올로기적이지도 당파적이지도 않다. 전략적 무기도 아니며 분명하게 일상적인 정치는 아니다'는 것이 내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무역, 인권, 기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원 문제 등에서 중국과 충돌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 분야에서는 협력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중국 측은 미중 관계가 개선돼야 양국의 기후 변화 관련 협력도 잘 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케리 특사와의 화상 대화에서 "미국은 기후변화 협력을 중미 관계의 '오아시스'로 만들기를 바라지만 오아시스 주변이 모두 황량한 '사막'이면 오아시스는 조만간 사막화한다"며 "기후변화 협력은 중미 관계의 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미국은 양측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을 위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케리 특사에게 주문했다.
중국 측은 정치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는 깊이 논의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 협력의 요소가 돼서는 안 된다고 케리 특사는 말했다.
케리 특사에 따르면 중국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생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전체적인 탄소 배출 절감에 해가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이전에 중국 카운터파트를 다시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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